가속도 붙은 '기후 변화'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젠 날씨가 추워져 겨울인 듯 하다. 쌀쌀하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춥다. 계절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지만 와야 할 계절이 더디 오는가 싶고 계절을 막 느낄 즈음이면 벌써 다음 계절이 코앞이다.
한편으로 "바쁘게 살아서 그런가"하고 생각해 보지만 분명한 것은 근래 들어 날씨가 이상하리 만큼 변덕이 심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 엘리뇨(El Nin), 라니냐(La Nina), 열섬현상(Heat island)의 장단기 영향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 시기에 맞는 계절이 찾아와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바로 문제다.
기상청은 지난 '20년대에 비교해 '90년대는 겨울이 27일이나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같은 기간의 가을도 4일이나 감소해 우리나라는 70년 전에 비해 가을과 겨울이 31일이나 줄어든 셈이다. 가을의 길이는 '00년 들어 더욱 짧아졌다. '00∼'02년 9∼11월의 일일 평균 기온 조사결과, 기온 분포가 5∼20도인 가을 날씨가 '90년대보다 1주일 가량 줄었다.
올 가을은 하루 평균 기온이 15.9도를 기록한 9월 21일에 시작됐다. '00년 가을의 시작이 9월13일이었으므로 8일정도 늦은 결과다. 기후전문가들은 봄, 여름은 길어지고 가을, 겨울은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다.
이렇게 계절의 특징이 오락가락하게 되면 식물, 동물의 생육특성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적응을 못한 생물은 멸종될 것이다. 예를 들어 농작물, 밭작물도 아주 잘 자라거나 잘 자라지 못하는 작물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식생활, 생활습관도 바뀌어야 하고 문화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게 된다.
지금 해양 온도 변화로 인한 어종변화도 이러한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명태가 동해안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대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고등어가 점차 북상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남중국해 근처에서나 서식하던 독돔과 자리돔 등 아열대성 어종이 최근 제주도 해역에서 자주 확인된다.
올 여름 피서객들은 교통체증과 피서지에 몰려든 인파 때문에 북새통을 이루면서 곤욕을 치른 것도 모자라 열대성해파리의 출현으로 더욱 짜증났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 해양 수온이 최근 40년 동안 최고 1도씩 상승되고 있으며 수온 1℃ 변화는 해양생물의 생리, 생태적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평균 수온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서 해양생태계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되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고 있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 패널)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는 섭씨로 2도 상승할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어 여러 가지로 인류는 힘든 상황이다.
이렇듯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현상이며 인류가 결코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환경'은 인위적 간섭으로 단기간에 나타나는 영향은 그래도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장기간에 조금씩 나타나는 영향은 몇백년 몇천년 후에 쌓이고 쌓이면서 영향이 커져 인류가 해결하기에 무척 벅차고 때론 해결할 수 없는 일로 작용한다. 이렇듯 자연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환경수용능력(carrying capacity)이라 하는데 환경수용능력을 벗어나면 인류는 멸망으로 가는 것이다.
지구 온도상승의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화석연료의 급격한 사용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CO2는 지구 온난화에 50%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인류가 살아가는 한 아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도는 노력해 줄여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용하며,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도 대낮에 가로등이 켜져 있는 곳이 많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환경파괴로 인한 희생이 있어야 스스로 깨우치고 서로를 위하는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기술이 본질적으로 인간과 환경을 연결시키는 매개수단이라면 자연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을 수 있는 한계는 결국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한계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