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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경제적 잣대서 분리해야 -환경시사일보 기고자료
  • Name : 이승호
  • Hits : 1787
  • 작성일 : 2005-11-15

환경, 경제적 잣대서 분리해야

개발과 보존의 균형점 찾는 논리서
경제적 평가, 단시일적 생각이 문제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책임연구원

요즘 단풍이 절정에 달해 연일 방송에서 단풍이야기를 하고 있다. 필자는 단풍 구경을 목적으로 시간을 내어 다녔던 기억이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간 것을 빼곤 없다. 주로 식생조사, 하천조사, 습지조사 등의 연구가 주목적이었고 오며가며 단풍구경을 하는 보너스를 받았을 뿐이다. 그래도 전공을 환경생태학으로 했기 때문에 누리고 있는 특권이라고 늘 기뻐하며 지내고 있다.
필자는 최근 단풍구경 인파로 차가 많이 막힌다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덕유산에 내려갔다. 저수지 옆에 다리가 놓인다 해 저수지 생태계에 영향을 주겠는지 주지 않겠는지 확인 좀 해달라고 해 그냥(?) 한번 내려가 봤다. 사실 한번 내려가서 어떻게 그걸 알겠는가? 요즘 환경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환경이라는 것이 개발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알고 중요성도 매우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행정가든 개발가든지 환경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각종 개발에 앞서 개발과 보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지에 관한 논리는 늘 경제적 평가와 단시일적 생각에 사로잡혀 제대로 환경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고 늘 뒷전에 존재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전문가의 이야기를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전문가가 전문가로서의 대안을 세우면 결국은 경제적 논리로 환경을 대하는 누를 범하게 된다. 그 경제적 논리가 단시일적, 단시안적 논리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것은 사업시행 후 5년 안팎에 불과하다. 5년 안팎도 내다보려 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의 잣대를 환경에 대고 있다. 환경은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부터 그 환경자체는 없는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 잣대가 더 폭넓은 부분까지 포함시켰다면 얼마든지 그 잣대를 환경에 올려놓아도 되겠지만 아직은 전혀 아닌 듯 하다.
언제쯤 환경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리시킬 지 모르지만 많은 학자와 환경NGO, 환경언론인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동안 환경인식을 바꾸는데 너무도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길을 가다. 차에 치인 수많은 고라니, 설치류, 새 등을 지나쳤다. 야생동물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도로위에서 사람들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다. 1km 마다 죽은 야생동물들과 마주쳤다. 야생동물의 희생이 경제적 논리에 포함됐다면 과연 그들은 얼마의 인간중심 가치를 나타내는 것일까? 생명을 경제가치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어차피 현 시스템에서 환경에 경제잣대를 대야 하니 참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적 잣대 말고 환경적 잣대를 대면 좋을 텐데 말이다.
덕유산의 산길은 주변의 형형색색 단풍들로 아름답기만 하다. 이곳 단풍은 유난히 빨갛다. 죽은 야생동물의 피가 맺혀 단풍에 물든 것처럼 온통 핏빛이다. 얼마나 더 많은 야생동식물이 죽어 나가야 그들의 생육공간을 인정하고 대안점을 찾는단 말인가. 단풍을 똑바로 못 보겠다. 자연에 우린 죄인이다. 똑바로 바라볼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