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소중함을 잊어가는 건 아닌지
지구 생명체를 떠받치는 기둥과 같은 식물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요즘 환경복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다. 복원 대상은 대부분 하천생태계복원, 산림생태계복원, 연안습지생태계복원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복원에서 늘 빠지지 않는 복원 대상 생물이 식물이다. 왜 복원될 생태계에 식물을 기본으로 복원을 추진하는 것일까? 식물은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태적 지위를 나누면 생산자라 불리는 것이다. 즉 독립영양생물(autotrophs)이다. 식물을 제외한 동물은 종속영양생물(heterotrophs)이다. 식물이 존재하여야 동물이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을 생명체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둥이 흔들리면 동물로 구성되어 있는 집은 무너지게 된다. 이것은 당연한 진리이다.
필자는 요즘 환경부 차세대핵심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연안습지복원기술개발에 몰두 하고 있다. 한달에도 몇번씩 갯벌에서 뒹굴며 풀 한포기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칠면초라 하는 풀 한포기가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에 연안생태계의 종다양성이 감소하였고 어민들의 어획생산량도 당연히 감소하게 되었다. 물론 칠면초를 복원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결과들은 늘 여러가지 원인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칠면초의 복원을 위한 실험지는 강화도 남단에 있는 작은 섬 동검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검도는 면적 1.61㎢, 해안선길이 6.95㎞, 최고점 106m이다. 이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멀리 영종대교가 보이고 오염되지 않은 바다가 멋진 자태로 펼쳐 보인다. 이곳에는 칠면초라는 염생식물이 소규모로 생육하고 있다. 염생식물은 각종 연안 개발사업으로 그 분포역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종이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복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차량을 이용해 동검도로 향하고 있었다. 작은 풀 한포기를 복원하기 위해 3시간이 넘게 운전하며 회색빌딩 숲을 지나 찾아가고 있었다.
산길을 통과하고 언덕을 막 넘어가려하는데 줄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어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어르신 세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계셨다. 무슨 일이시냐고 여쭈어 보니 한 어르신이 나무가 자신의 논으로 넘어지려 하고 있어 줄로 묶어 두었다는 것이었다. 수령이 60년 정도 되어 보이는 소나무가 얼마 전 강풍에 의해 논으로 살짝 기울어진 상태였다. 처음에는 나무를 세우려고 고민하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 5분이 지나면서 어르신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려고 하시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60년이 넘게 그 마을에 신선한 산소를 제공하고 주변 생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였을 나무를 15분도 걸리지 않아 모두 싹둑싹둑 잘라내어 논 한편으로 내팽겨 버려졌다. 60년 동안 고생했을 이 나무는 열심히 주변 환경을 떠안고 챙겨주면 살아가다 조용히 사라져 갔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물론 논으로 기울어져 피해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더 가졌다면 소나무를 제대로 다시 세울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60년의 가치는 비참하도록 인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식물의 소중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고, 식물이 서있는 자리를 너무 잔인하게 빼앗고 있다. 단시안적 경제적 가치추구로 인류의 행복을 감소시키고 인류의 설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한쪽에선 칠면초라는 풀 한포기를 살리기 위해 수년간 힘든 연구가 진행되는 반면 전기톱으로 60년 된 거목도 무참히 자르고 있는 현실에 필자는 힘이 빠진다.
식물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는 생물은 늘 고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가 그러하듯 빈 깡통들이 늘 요란하다. 식물은 이렇듯 사라지면서도 사회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식물은 분해되어 다시 새로운 생명이 싹트도록 할 것이다.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