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으로 바다생물 갈 곳 잃어
해양쓰레기로 인해 어류 생육 어려워
폐그물 등 폐어구 매입, 임시방편 불과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요즘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전국토에서 정화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혹은 주변 환경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무심코 매립하거나 버려둔 쓰레기를 막대한 돈을 들여 다시 수거하고 있다.
지금도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썩지 않고 남아 있거나 썩어서 침출수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해양내 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각종 어구(폐그물 등)를 비롯한 망가진 인공어초, 폐로프, 폐비닐, 타이어, 심지어 냉장고도 쓰레기로 버려져 있다.
얼마전 필자는 동해안 영덕 부근 해양조사를 다녀왔다. 동물플랑크톤과 식물플랑크톤, 어란-자치어 샘플링을 끝내고 저서동물 조사를 위해 그랩을 내렸다. 그랩은 해저 표층 퇴적물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해양조사 장비로 조사선박에서 내려 샘플링한 후 선박의 윈치로 끌어올려 저서동물이 생육하는 퇴적물을 조사하게 된다.
첫번째 조사지점의 샘플링을 무사히 마치고 두번째 저서동물 채취 지점에 왔을 때 그랩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었다. 선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근처 해저면에 폐그물이 많이 산재해 있다고 하셨다. 아마도 그물에 엉켜버린 듯하다고 조심히 말씀하셨다.
우리는 윈치를 걸고 계속 끌어 올려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한 40분을 씨름했지만 결국 그랩에 걸려 있던 밧줄이 터져 장비를 잃어 버렸다. 1m가 되지 않는 해양장비가 분실될 정도이니 그 보다 큰 어망이 내려졌더라면 다시 폐어망과 엉켜 바다쓰레기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바다에 이렇듯 쓰레기가 많다면 물고기들도 폐어망에 갇혀 죽어갈 것이며 치어들도 생육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해안에서 그물에 걸린 고래류가 자주 발견되는 것도 폐어망에 의한 영향이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폐어망과 쓰레기로 둘러 쌓인 곳은 해조류도 잘 자라지 못한다.
해양조사는 여분으로 가져간 그랩으로 무사히 마쳤지만 이러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해양을 생업으로 하는 분들의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할 듯 하다. 해양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결국 바다를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의 어장을 망치고 국가 어족자원의 고갈을 가중시키게 된다.
이런저런 씁쓸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쯤 멀리서 흥겨운 노랫가락을 틀며 운항중인 배의 뱃머리 한쪽에 달린 플랜카드에 치어방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참 아이러니 하다. 치어가 잘 자라지 못하도록 쓰레기를 무참히 버려놓고 고기가 잘 잡히도록 치어를 방류하다니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며 안타까운 일인가?
얼마전 홍성군은 바다오염 방지 등 해양환경 개선을 위해 조업중 그물에 인양된 해양쓰레기를 매입하는 해양쓰레기 수매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성군은 조업중 인양된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아 바다에 다시 투기함으로써 해양오염이 가중되고 정화비용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해양수산부에 사업을 신청, 보령수협을 통해 수매제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에 올해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조업중 인양된 폐어구, 폐로프, 폐비닐 등의 해양쓰레기를 매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쓰레기 매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지속적인 폐어망 발생과 쓰레기 투기로 결국 바다생물은 물론 우리가 살아갈 곳도 같이 잃는 것이다. 더 이상 쓰레기로 인해 해양생물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어민들과 방문객, 관계기관의 철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