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지역 복원 어떻게 해야 하나
산불 우려지역 방화림 식재로 진화시간 확보
주변과의 연계성 고려, 인위적 수종변경 안돼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불지역의 생태복원 방법은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켰으며 2차 피해의 온상이 되어 왔다.
산불지역 정리시 타다 남은 나무를 잘라 내면서 토양 유실을 가중시키고 인위적으로 수종을 변경해 조림하면서 임상교란을 가중시켰다. 잘라낸 나무는 산불이 재발하였을 때 불쏘시개가 되고 강우시 잘라낸 나무가 떠내려가 하천을 막고 민가를 덮치는 일도 발생시킨다. 과거 산불피해로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일대의 산불지역에는 타다 남은 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있고 그곳에는 침엽수가 아닌 활엽수로 식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식목일 다시 이곳에 대형산불이 발생하였고 다시 강원도 양양 일대에 엄청난 피해가 생겼다. 대형산불이 일어난 것은 강원도의 독특한 지형조건과 기상, 침엽수가 한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동해안 지역은 푄(높새)현상으로 건조한 바람이 불어 눈, 비가 내려도 대지가 금방 건조해지며 지형의 경사가 급하여 수분저장 능력이 감소된다. 산불이 나는 날에는 초속 20m를 넘나드는 강풍도 발생하여 산불진압에 악영향을 주었다.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하여 발화점이 낮으며 쉽게 탄다. 침엽수인 소나무는 농민에게 송이버섯 등의 고소득 농산물을 안겨 주면서도 산불에 매우 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산불로 수십년간 살아온 산림과 그 품에 안겨 있던 야생동식물들이 모두 잿더미로 돌아갔다. 봄을 맞아 꽃망울을 터뜨리고 푸른 날개옷을 펼치려고 할 때 그 뜨거운 산불에 타 들어가 시커먼 재로 변하였다. 고라니, 토끼, 청솔모, 하늘다람쥐, 노루, 개구리 등의 소중한 야생동식물도 봄기운을 다 받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다시금 이번 산불이 주는 교훈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일반적인 교훈을 깨우쳐 주기엔 너무나도 큰 자연 손실을 우리는 겪었다. 산불지역에는 보통 산화지의 나무를 베어 내는 것이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산화지의 나무를 베어 내면 토양을 교란시킴과 동시에 산불로 인하여 발아가 타파된 일부 씨앗의 성장을 방해하게 되며, 강우시 토양과 영양소 유실도 증가 시키게 된다.
또한 타다 남은 식물에는 유기탄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생태계의 중요 구성원인 미생물의 영양분 보유능력을 증대시켜 식물성장과 천이과정에 다량의 유기영양분 공급이 가능하다. 산불로 인해 산사태나 재해가 우려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자연회복을 유도시키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조림을 할 경우에는 초본, 관목, 아교목, 교목의 층위구별 식재와 주변경관과의 연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될 수 있으면 인위적인 수종변경을 일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강원도 지역처럼 대형 산불의 우려가 높은 곳에는 방화림을 식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발화점이 낮은 소나무를 식재하고 일정구간에는 활엽수를 식재하여 산불 발생시 진화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주요 사찰 등의 중요시설에도 활엽수를 일정 구간 식재하여 시설물 보호 시간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산불예방이다. 길을 가다가 이유 없이 나뭇가지를 꺾는 것처럼 산림을 보호해서는 안된다. 습관처럼 보호란 말을 함부로 써도 안된다. 진정으로 산림이 인류에게 주는 고마움을 몸소 느끼고 감사의 마음이 표현으로 우러나와야 한다. 머리가 아프고 도심 생활에 찌들어 있을 때 휴식을 취하고 우리를 받아줄 곳은 오직 자연뿐이다. 그 자연을 우리는 왜 함부로 다루는가? 얼마나 더 큰 동식물의 피해를 보아야 우리는 달라진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