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Notification
Home 알림마당 연구소 칼럼

연구소 칼럼

생태계 교란하는 도심속 인공 빛!-환경일보 기고내용
  • Name : 이승호
  • Hits : 2067
  • 작성일 : 2004-10-19

생태계 교란하는 도심속 인공 빛! 2004-10-19 16:21


사람은 물론 동식물 생체리듬에 악영향
빛 산란막는 조명갓 사용 등 해결책 절실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도심의 낮은 탁한 시야며 교통량 증가, 대기오염물질 증가 등으로 답답하기만 한데 도심의 야경을 보노라면 “인공 빛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사실 인공조명을 토대로 관광자원을 육성해 활용하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도심의 야경을 사진 촬영해 보면 인간이 만든 유명한 예술작품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필자는 얼마전 저녁 한강주변을 거닐고 도심을 거닐어 보았다. 우리나라도 몇년전부터 도심 조명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관공서와 높은 건물들, 한강의 다리들이 앞 다투어 멋있는 야경 조성에 한몫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 도심은 대낮 같은 하늘을 만드는 인공조명들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야경에 취해 있을쯤 문득 하늘을 보니 역시나 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간섭이라고만 생각하기엔 너무도 보이지 않는 별빛들.
우리나라는 가을 하늘이 연중 가장 청명하다. 가을 하늘이 이렇듯 맑은 것은 대기의 대류가 여름보다 약해서 먼지가 고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쉽게 비에 씻겨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을에 별자리 관찰이 더 잘되어야 한다. 가을 하늘에서는 페가수스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고래자리, 바다염소자리 등의 2천600개 이상의 별들이 관찰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심은 너무 밝다. 인공조명에 의해 별빛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둘째이거니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을 비롯해 불빛이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공조명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 감지되어 학회에 보고되고 있다.
미국 클렘슨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높은 건물이나 탑의 붉은 점멸 불빛은 밤에 이동하는 수백종의 철새를 유인해 불빛 근처를 곡예 비행하게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 1천마리가 한꺼번에 탑에 부딪쳐 죽는 일도 벌어졌다”고 보고하였다. 철새는 대부분 본능적으로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워싱턴대 연구팀에 의하면 “회유성 어종인 연어와 청어가 북태평양의 인공불빛 때문에 이동을 하지 않거나, 불빛 근처로 몰려들었다가 육식성 어종의 먹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어틀랜틱대 연구팀은 “해변의 밝은 조명 때문에 부화한 바다거북이 방향감각을 잃고 해변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미국 웰레슬리대 연구팀은 “도시 근처의 호수에서는 밝은 불빛 때문에 동물성 플랑크톤이 물밑에서 올라오지 못해, 수면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필요 이상으로 번식하면서 수질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하였다. 독일의 카네기연구소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성장하는 식물은 많은 광수용체를 진화시켜왔다”며 “사람의 눈으로 느낄 수 없는 빛의 작은 변화에도 식물은 발아, 줄기와 잎의 성장, 개화, 열매 성장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가 여름에 피고 봄에 피는 것을 수시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곳 주변을 잘 살펴보면 어김없이 가로등 주변이나 인공조명이 비춰지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얼마전 여름밤에 우는 매미 때문에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 인공조명으로 인해 매미가 밤을 낮으로 착각하고 지속적으로 울게 된 것이다.
사람을 비롯해 모든 동.식물들은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생체리듬은 인공불빛에 의하여 혼돈이 야기되며 동.식물의 생육은 물론 생리.생식활동에도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빛공해방지법’을 만드는 나라도 있다. 미국, 칠레, 호주 등이 대표적이 예이다.
생물공간에서는 인위적인 간섭들로 인한 수많은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으나 관찰되지 않는 현상들은 훨씬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하고 있다. 인공조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현상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더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결론은 생태계 교란은 끊임없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심의 야경도 좋지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들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들의 후손이 밤하늘에 20~30개도 안되는 별만 관찰한다면 미래에 대한 꿈도 작아져만 갈 것이다. 별은 단순히 빛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도심의 인공조명을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고 빛의 산란을 방지하는 조명 갓을 씌우고, 하늘을 향한 인공조명 자제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고유가 시대에 맞는 절약습관이야말로 우리 자신과 미래에 대한 진정한 투자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