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어김없이 떠나는 단풍놀이 행렬과
개발 중심의 정책기조속에 죽어가는 산야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가을이 깊어짐에 따라 농후하게 생명들이 익어간다. 홍조를 띠는 빠알간 들빛 산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게다가 자연의 생산물인 탐스런 열매들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여유로워 진다.
분명 어제와 다른 산야가 아닐진데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물론 인간들의 노력(?)으로 힘들게 어렵게 계절이 바뀌고 있고 계절의 깊이가 짧아지는 것은 있지만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변화된다.
요즘은 단풍놀이를 떠나는 차량 때문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고 한다. 1년 내 고생한 산림의 생명들을 인간들은 다시 고생시킨다.
과연 단풍놀이 하는 사람 중에 자연을 진정 즐길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이가 몇명이나 되겠야만 산은 결코 그들을 집으로 그냥 되돌려 보내지 않는다. 힘들게 짓밟히고 그렇게 한없이 짓밟혀도 자연의 품은 우리를 포근히 감싸려 한다. 수액과 피를 터뜨리며 가을이라는 계절을 지키며 말이다.
이 산야가 붉게 물든 것은 인간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동식물 피와 수액의 처절한 외침인지도 모른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색이 선명하다. 올해도 산야와 그곳을 터전으로 하는 동식물들이 얼마나 많이 죽어 갔단 말인가?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환경정책에 여유로운 것일까?
여러 생각을 하고 보니 붉은 단풍이 서럽게 느껴진다. 가슴 한곳이 답답하다.
부존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정책기조는 늘 개발이었다. 먹고 살 것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굶주린 시대가 있었으므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시절 훼손된 곳을 지금 복원하려면 각종 개발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쏟아 부어도 회복이 되질 않고 있다. 그 영향은 그대로 우리 후손에게 갈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결과와 현실을 톡톡히 겪은 우리가 언제나 똑같은 누를 범하고 있고 지금의 환경파괴는 그 정도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회복 불능으로 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오염된 우리 바다를 떠난 수많은 새들을 무슨 수로 불러 모으겠는가?
훼손된 우리 산야에서 사라진 동식물들을 무슨 수로 그 본래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겠는가 ?
새만금 한편에서 말라가는 뻘 한줌 쥐고 가쁜 숨을 쉬면 허덕이는 수많은 게와 조개들을 무슨 수로 평화롭게 살던 그 환경으로 돌려보낼 수 있겠는가? 그 수많은 생명들을 매몰차게 죽이고 만든 다는 계획이 골프장건설이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자연은 돈으로 산정 할 수도 없으며 돈으로 돌려놓지도 못한다. 한치 앞도 못보는 환경정책으로 늘 저지르고 뒷수습만 하고 있다. 뒷수습이라도 잘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우리 후손들은 이 붉은 산야를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운 가르침을 받아야 할텐데. 과연 그렇게 될런지. 아니면 현실을 한탄 할 것인지.
우리들의 어깨에 놓여 있는 훼손된 자연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