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산림훼손에 의한 생육지 파괴가 원인
남아있는 종의 보호위한 다각적 방안 필요해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개발사업으로 야생 동식물의 서식공간들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조류도 갯벌, 습지, 하천, 호소 등의 휴식공간과 먹이원감소로 점점 우리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었던 텃새인 제비, 참새, 멧비둘기 등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도심에서는 몇마리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텃새를 도감에서나 관찰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새가 사라지고 있는 배경에는 환경오염이 주된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갯벌, 하천, 산림훼손에 의한 생육지 파괴, 소음에 의한 산란감소, 수질오염 등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남한기준)에 보고된 조류는 382종이며, 그 외에 12종을 포함하면 394종에 이른다. 멸종되었다고 보고되는 원앙사촌 1종과 53종의 미조를 제외한 340종 가운데 57종은 텃새이고 283종은 철새이며, 평균 116종의 겨울철새와 64종의 여름철새, 봄 여름에 우리나라를 거쳐서 가는 나그네새(통과조) 103종으로 이루어진다.
겨울철새는 여름에 시베리아와 북만주 등지에서 번식한 뒤 우리나라에는 매년 11월 초부터 시작하여 이듬해 1월 사이에 찾아와 월동한 후 2월 말부터 3월 중순이 되면 번식지로 다시 돌아간다.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겨울철새 중에서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 되새, 멋쟁이새 등과 같이 산림에 도래하는 종류는 그 수와 종다양성이 떨어지는데 비하여, 해안과 습지에 찾아오는 조류의 종다양성은 매우 높고 그 수 또한 많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재갈매기, 세가락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와 같은 갈매기류와 대부분의 기러기류, 오리류, 고니류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주로 강이나 호수, 해안 등과 같은 월동지에서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겨울을 난다.
환경부(국립환경연구원)는 국내에 도래하는 겨울철새의 현황파악 및 철새서식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을 선정하고 보호대책을 수립하기위한 기초 자료를 축적하기 위하여 전국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2003년도에는 189종 97만8천472마리가 관찰되었고 2004년도에는 총 185종 111만3천627마리가 관찰되었다.
개체수가 가장 많이 관찰된 종은 가창오리(45만5천168마리)였으며, 그 다음은 청둥오리(24만816마리), 흰뺨검둥오리(6만7천761마리), 쇠기러기(5만1천341마리), 큰기러기(3만6천706마리)순이었다. 가창오리는 30만3천165마리(2003년)에서 45만5천168마리(2004년)로 증가하였고, 쇠기러기도 3만3천583마리(2003년)에서 5만1천341마리(2004년)등으로 관찰되어 개체수가 증가하였다. 반면 청둥오리는 25만2천548마리(2003년)에서 24만816마리(2004년)로 감소했으며, 검은머리물떼새도 5천504마리(2003년)에서 2천266마리(2004년)로 절반이하가 감소했다. 철새 개체수 변동은 가창오리 개체수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검은머리물떼새의 50% 감소는 주목할만한 결과이다.
갯벌, 호수, 저수지, 강하구 등은 조류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에게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이러한 장소는 겨울철새에게 이듬해에 번식을 준비하는 월동지 역할을 하고, 통과조에게는 휴식과 먹이를 제공하는 중간기착지의 역할을 하며, 텃새와 여름철새에게는 좋은 번식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현재 422.4㎢가 상실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2~3배정도 더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화지구·새만금지구 등 주요 간척·매립사업으로 인한 갯벌의 상실면적이 810.5㎢이므로 얼핏 계산을 하여도 어마어마한 습지가 훼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조류의 종 감소가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새들이 지금도 꾸준히 찾아오는 것은 지금도 새들의 쉼터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훼손시켰다고 혹은 회복될 수 없다고 더 훼손을 하기 보다는 훼손된 조류의 서식공간을 조성하고, 무분별한 개발 방지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만이 생태계 먹이사슬을 끊지 않고 유지하는 길임을 명심하여야한다. 동식물이 살지 못하는 곳은 인간도 절대 생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