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없는 왕성한 번식으로 생태계 교란시켜
밸러스트 워터 해양종 유입의 주요 통로역할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이승호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공업화가 가속화 되면서 각종 개발을 위해 산 전체가 바다로 들어가거나, 도로공사로 산이 두개나 세개로 나뉘어 졌다. 그리고 각종 골재채취로 인해 산은 흉물스러운 빨간 속살이 드러났다. 수많은 갯벌은 매립돼 갯벌생물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져 갔다.
지금 이 순간도 산은 없어지고 있으며 도시로 바다로 들판으로 갈기갈기 찢겨져나가고 갯벌은 사라지고 있다. 산과 들 하천과 갯벌을 파헤친 자리에는 어김없이 인공구조물들이 들어앉았다. 우리들은 이렇듯 도심에 사막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자연 생육공간이 사라짐에 따라 인간과 공존했던 많은 생물들도 인간곁에 존재하려 하지 않는다. 토착 생육종들의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멸종속도는 너무 빨라 어떤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확인도 불가능할 정도이다. 산업화 이후 우리의 자생 동·식물의 생육공간이 훼손되면서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외래생물종의 침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심에 조성된 가로수, 화단, 개량하천, 호소 등의 소위 에코탑(ecotop)에는 떠난 자생 동식물 대신 외래종들을 가입시키며 복원이라는 찬란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공구조물은 도심의 하천, 호소 등의 수생태계를 비롯한 육상생태계, 해양생태계 전반에 교란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를 눈 가리기 위해 어설픈 복원기술은 외래생물종을 이입시켜 생태계 교란에 더욱 불을 댕기고 있다.
인공구조물들은 자연스런 하천의 흐름을 막았으며 호소와 하천은 정비라는 이름으로 개발돼 도심의 흉물이 된지 오래이다. 호소와 하천에 자생하던 수생식물은 성장률이 빠른 외래생물종으로 바뀌었으며 토종 붕어는 블루길과 큰입우럭(배스)으로 바뀌고 시민들의 무분별한 생물방생으로 붉은귀거북 등이 수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러한 외래종들은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수생태계 전체의 교란을 주도하고 있다. 천적이 없는 외래종의 번식은 왕성할 수밖에 없다. 하천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래어종은 알려진 것만 15종이 훨씬 넘는다.
육상생태계에 서식하는 4천500여종의 식물 중 인위적간섭을 받은 이후 각종 사초과 식물을 비롯한 미국자리공, 돼지풀, 서양민들레 등 번식력이 우수한 외래식물종 200여종 이상 이입되어 자생종과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약 84종이 식용 및 약용식물로 사용되고 있으나, 26종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외래식물종은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 토질변화, 야생식물의 종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며 먹이순환이 단절됨에 따라 연쇄반응으로 고차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해양생태계는 각종 개발공사, 해수온 변화, 기상이변, 해양오염부하량 증가 등 해양생물 생육지의 변화가 생김에 따라 종 분포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외래 해양동식물의 이입이 급속도로 증가되고 있으나 그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특히 밸러스트 워터(ballast water)는 외래 해양종 이입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벨러스트 워터는 선박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바닷물을 채우는 것으로 대양을 오가며 그대로 해양에 버려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어란, 자치어, 동식물플랑크톤, 게,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다양한 생물이 이입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종 분포조사는 진행되어 있지 않으며 조사가 되어 있더라고 국소적인 것이 현실이다.
매년 100억톤 이상의 밸러스트 워터가 이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해양생태계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렇듯 외국에서 유입된 동식물 가운데 국내 생태계를 파괴하고 고유종에 피해를 주는 악성 외래생물이 75종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종들이 식물 26종, 해충 및 곤충 30여종, 야생동물 34종, 어류 15종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외래생물종이 생태계 교란을 야기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 18호 및 동법시행령 제6조에 의거 생태계 위해 외래동식물로 지정ㆍ관리하고 있는 종은 10여종에 불과하며 해양생물은 지정자체가 되어 있지 않아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