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이 인류를 위협한다
생활속에 소리없이 스며들어 생체균형 깨
인류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 점차 커질듯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인류가 많은 물질, 생산물을 만들어 현재 삶이 편리해지고 그 혜택을 받아 인류가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속에서 자연 생성되지 않은 물질을 과학의 힘을 빌러 합성시키게 됨에 따라 인류에 많은 도움이 되는 한편, 인류의 목을 조이고 있는 양면성을 띄고 있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들중 자연에 의하여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생산해 내는 생물은 인간 밖에 없다. 더군다나 다른 생명체까지 생존위협을 줄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하여 생태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분비계교란물질은 임포섹스(imposex)를 유발시키거나 다양한 대사과정에서 생체균형을 깨고 있어 그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
내분비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을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며 몸 안에 있는 호르몬이 아닌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중 신체내의 호르몬과 화학적 구조가 비슷해 우리 신체 중 생식계통의 이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물질은 확인된 것만 총 67개의 물질이다. 67개의 물질도 상당히 많은 수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 이 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환경호르몬은 안전기준의 백만분의 1이라는 미량의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화학공장, 폐기물 소각장, 잔류농약, 각종 비닐제품, 인스턴트식품포장재, TBT(tributyltin)등의 물질이다.
그 중 TBT는 부착생물을 막기 위한 방오제로서 선박부착생물을 죽일 뿐 아니라, 양식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해안 조간대 생물인 고둥류의 성전환을 유발하여 생태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선박 페인트 속에 첨가되는 TBT라는 유기주석 화합물은 선박뿐만 아니라 해양구조물, 어망 등에 생물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부착 방해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부착 억제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TBT는 다른 중금속들에 비해 아주 독성이 높기 때문에 따개비와 같은 부착생물들은 페인트칠이 된 표면에 붙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 뿐 아니라 선박용 페인트 속에 들어 있는 TBT는 바닷물 속으로 녹아 나오게 되므로 부착생물이 아닌 다른 생물들에 까지도 생육장해를 주게 된다.
TBT 물질은 굴, 홍합 등 양식생물의 성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대수리, 소라와 같은 고둥류의 암컷이 수컷으로 변화되는 성전환을 유발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항만이나 연안에서도 고둥류의 임포섹스가 상당히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임포섹스가 심해지면 난관이 막혀 암컷이 선택적으로 죽게 되는데 오염된 곳에서는 암컷과 수컷의 비가 1 : 20에 이르는 곳이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부터는 TBT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우리 연안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까지 사용을 금지한다고 하였으나 대체물질이 고가여서 TBT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 TBT 사용을 억제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환경호르몬은 산업활동과 가정에서의 편의주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불법소각, 인스턴트식품포장재, 방오페인트 등이 대표적인 편의주의 산물이며 부산물이 환경호르몬인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환경호르몬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영향은 장기적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데 반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환경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은 생활속에서 유발원을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 생활속에서 불법소각을 자제하고, 인스턴트식품 자제, 농약(살충제)사용자제, 플라스틱 용기 사용자제, TBT 사용금지 등을 통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실천될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가슴속에 새겨두고 실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