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수생태계를 보호하자 2004-10-12 15:44
토종 어종 사라지고 외래종 급속도 증가
철저한 무관심속에 부영양화 극에 달해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 공업화가 가속화 되면서 따뜻한 자연생태계가 아닌 차가운 쇠덩이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빌딩들이 난립하고, 시멘트 바닥, 아스팔트 등의 각종 편의 시설들이 우리들의 쉴 곳을 하나씩 잠식하고 있다. 소위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오히려 편안한 사색공간과 쉴 곳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공존했던 많은 생물들도 곁에 존재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인류는 도심에 사막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산과 식물들을 밀어내어 갈기갈기 찢어 놓고 인공구조물들은 자연스런 하천의 흐름을 막았으며 호소와 하천은 정비라는 이름으로 개발돼 도심의 흉물이 된지 오래이다. 호소에 자생하던 수생식물 고유종은 성장률이 빠른 외래종으로 바뀌었으며 토종 붕어는 블루길과 배스로 바뀌고 시민들의 무분별한 생물 방생으로 붉은귀거북 등이 수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블루길은 주로 4~6월에 산란을 하며 수심 30~60cm의 얕은 물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기가 매우 길어 번식력이 뛰어난 어종으로 천적이 없는 곳에서는 다른 어종을 누르고 급속히 번식한다. 배스는 환경적응력이 우수하고 성질이 흉포하여 매우 공격적이며 다른 어종을 주로 해치기 때문에 민물의 폭군 또는 민물의 상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붉은귀거북은 토종민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으며 천적이 없어 생태계의 무법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외래종들은 생태계의 종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수생태계 전체의 교란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에 의해 안정되지 않은 하천과 호소에는 수생식물이 사라지고 종이 단순해지고 있는 것이다.
육수 생태계(inland ecosystem)는 정수 생태계(lentic ecosystem), 유수 생태계(lotic ecosystem), 소택지(marsh) 및 습지 생태계(wetland ecosystem)로 구분된다. 호소와 같은 정수 생태계는 그곳에 생육하는 생물의 이동이나 분산이 제한을 받으므로 다른 호소들과 지리적으로 멀지 않더라도 각각 고유의 생물종이 분포하는 불연속적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각 호소의 생물 다양성이 낮은 경우라도 이런 정수 생태계를 몇 개 포함하는 지역의 전체 생물다양성은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위적 간섭을 받은 하천과 호소는 외래 생물종이 미치는 교란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인간의 철저한 무관심으로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이 수생태계로 그대로 유입되어 부영양화는 극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그나마 단순한 분포를 나타내는 외래종 생육자체에도 영향을 미쳐 어류의 집단 폐사나 수생식물의 고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심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도심에 분포하는 하천과 호소를 각 가정에서는 편할 때 하상을 세척하거나 물을 교환할 수 있는 어항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도심의 하천과 호소는 수생태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심미적 가치, 수분수지변화의 완충 및 동식물들의 생육지로서의 역할들은 인간이 만든 경제의 가치로 산정 할 수 없는 커다란 보물인 것이다.
생태계 구성요소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해야 할 것이 없다. 지금의 인간에게는 그럴만한 자격도 전혀 없다. 인류가 살아가면서 환경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개발 또는 환경보호만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사고이다. 하지만 인위적 간섭을 진행할 때 그 영향을 충분히 분석하고 연구한다면 개발과 보호의 균형점을 찾아 최소한의 대비책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 후손의 행복과 지구상에 현재 생존하는 140여 만 종의 생물들에 대한 작은 예의는 갖추었으면 하는 절실한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