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은 더 이상 인간의 이기주의를 수용하지 않는다.
해양은 더 이상 인간의 이기주의를 수용하지 않는다.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이 승 호
청정해역이었던 남해안 바다가 심하게 오염되고 있다. 사실 남해안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해안이 인간의 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필자는 얼마전 남해안의 전남 여수 가막만 해양 조사를 다녀왔다. 해마다 몇 번씩 다녀오는 지역이지만 환경이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가막만 퇴적물 조사(공극수에 용존된 화학종 분석)에서 심한 악취와 퇴적물의 색깔이 아주 검게 변하였음을 확인하였으며, 분석결과 암모니아 수치가 높게 나타나고 황산염수치가 매우 낮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암모니아는 무산소 환경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화학종이고 황산염은 퇴적층내에 용존산소가 고갈되면 유기물을 분해하는 용존산소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화학종이다. 결국, 급격한 암모니아의 증가와 황산염의 감소는 퇴적층 내에 무산소 환경이 심화되었음을 나타낸다. 무산소 환경이 조성된 곳은 저서생물상도 매우 단순하였다. 과연 어떤 요인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을까?
무산소 환경이 심화 된 곳은 공교롭게도 양식장이 밀집된 곳이었다. 가막만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양식인 수하식 패류 양식은 인공적으로 사료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사료첨가에 의한 어장의 부영양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참굴(Crassostrea gigas)과 진주담치(Mytilus edulis) 등의 수하식 양식은 자연상태보다 1,000배 이상의 생물생산량을 기록하기 때문에 주변해역의 수질 및 저질에 부영향화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가두리 양식장은 태풍으로 피해를 받지 않는 곳인 내만이나 섬으로 둘러 쌓여진 곳에 주로 설치되어 진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는 바다물의 수괴 정체가 이루어지며 유기물이 활발하게 공급되는 연안퇴적환경인 곳이 많아 각별한 관리가 요구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인위적인 유기물의 과잉 공급이나 해수 흐름에 영향을 줄만한 해양구조물을 만든다면 외해에 비해 flushing 효과가 둔화되어 해양 저질 변화와 오염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요구되는 곳이다.
인근 어민에 따르면 가막만에서 새조개(Fulvia mutica)채취로 10억 이상의 수익을 충분히 올렸으나 몇 년 전부터 2억도 채 되지 못한다고 한다. 몹시 안타까워하며 다른 수산물의 생산성도 감소되었다고 전했다. 해양에 대한 인간의 이기주의가 어업생산성을 감소시킨 것이다.
여수 가막만 지역은 과도한 양식과 쓰레기 무단 투기 오염부하량 증가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하여 해양에 영향이 가중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유영생물 조사를 한 결과 물고기 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조사되었다. 이러한 해양 생태계 교란으로 인해 어류를 비롯한 각종 해양동․식물들의 종다양성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해양오염은 무엇의 어떤 요인 때문에 오염되었다고 뚜렷이 지목하기 힘들다. 그 만큼 해양은 넓고 환경부하를 수용하는 폭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염이 나타나고 생물상 변화가 감지된다면 이는 심각한 사태이다.
여수 가막만 지역은 총체적인 관리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과도한 양식장 제한,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 부하량 유추 및 분석- 저감방안 모색, 쓰레기 무단투기 및 방치 행위 근절 등의 관계 법령개선과 각 지자체의 개선 노력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