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자원, 염습지와 염생식물
염습지는 해안경사가 완만한 곳에 하천하구유속의 감소와 조위 차이에 의해 모래 또는 점토질이 주기적으로 해안가에 퇴적된 지형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염습지는 퇴적된 지형의 토성에 따라 니질갯벌, 혼합갯벌, 모래갯벌 등 그 형태가 다양해서 각종 저서무척추동물, 염생식물, 미세조류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분포하는 곳이므로 생태적으로 매우 소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염습지는 퇴적지형과 생물환경이 어우러져 있어야 생태적 기능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염습지 동물의 먹이원인 염습지 식생대가 형성돼 있어야 비로소 생태학적 안정화를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식생대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염생식물(halophyte)입니다.
초식동물에 의한 소비가 적은 염습지에서는 염생식물이 부니질먹이사슬(detritus food chain)의 시작이며, 대부분의 염생식물은 미생물 분해에 의해 유기쇄설입자 먹이망에 공급됩니다. 염생식물은 지상부 생산량의 5∼6%가 해양으로 유입되고, 90% 이상이 모두 염습지에서 분해되는데, 염생식물이 퇴적지형에 고사체로 존재하면서 잎이나 줄기가 서서히 퇴적지형에 떨어지며 분해가 시작됩니다. 갯벌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산물은 저서무척추동물들이 이용하기 적합한 유기물의 형태가 됩니다. 그러므로 염생식물은 염습지의 일차생산을 맡으며 갯벌생태계 먹이망의 근원이 되고, 유기물 정화의 일익을 담당하면서 염습지 동물들의 생육장 역할을 합니다. 또 외파를 감쇄시켜 연안침식을 방지하고, 뿌리로 퇴적지형을 붙잡아 퇴적지형을 안정되게 하는 등 그 생태적 지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도 퉁퉁마디(2018)
염생식물은 북유럽에 60여종, 지중해에 12종, 호주연안에 16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1과 60여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남해안과 동해안의 해안선 특성상 서식지가 풍부하기 때문에 염생식물의 종다양성이 비교적 크고 뚜렷한 대상구조(zonation)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담수의 유입과 조수의 세기, 또는 그에 따른 퇴적물의 성격 등 물리적 조건이 갖춰진 상태라면, 염생식물군락의 발달 여부는 조간대 상부의 자연성이나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의 단절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염생식물은 경제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연안매립과 각종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서식면적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만 여의도 면적의 22배의 면적으로 염습지가 사라졌습니다. 염습지 감소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새만금 인근 갯벌, 시화호 갯벌, 영종도 인근 갯벌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해수부에 따르면 2018년 전국갯벌 면적조사에서 갯벌 면적이 2482.0㎢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5.2㎢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해수부, 2019).
대부도 고랫부리 지역 염습지(2018)
염생식물이 분포하는 지형은 대부분 고도가 높아 매립하기 용이하고 육지와 인접하여 각종 개발에 늘 노출되어 왔습니다. 생육지역 축소는 염생식물의 감소는 물론, 먹이사슬에 의한 저서무척추동물, 조류, 어류, 패류 및 치어 등 각종 해양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최근 수산자원의 감소문제는 각종 개발과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염습지를 비롯한 해안 식생대의 감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더불어 각종 매립사업으로 인해 경기도 연안습지는 펄갯벌화 되고 있고 바지락, 굴 등의 생산량이 89%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경기도, 2019)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안 개발 여파가 염습지 황폐화로 이어지면서 경기도 염습지에 서식하는 유용패류(식용 가능한 패류) 9종 중 전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던 바지락·모시조개·굴 3종이 사실상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고 보고됐습니다(경기도, 2019). 각종개발로 염생식물 중 퉁퉁마디, 갯개미취는 자연상태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염생식물과 염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체계적인 보전, 보존, 복원관리방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대부도 고랫부리 지역 염습지(2018)
대부도 고랫부리 지역 염습지(2018)
염습지와 염생식물 생육지는 쓸모없는 식물이 아니며 종다양성 증대에도 중요하므로, 염습지관리는 그동안의 개발 혹은 방관자적 관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복원관리방안 차원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각국의 생물다양성 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행과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대비 및 신물질탐색, 유용유전자원 확보 등 치열한 생물자원 및 유전자원 확보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생물자원보존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염습지 생물은 아직 신물질탐색, 유용유전자원 확보 등의 측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 보존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고 및 감수>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이사 이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