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Virus)는 ‘자연의 경고’ 2020-02-05 14:01
이승호 박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
【에코저널=서울】전 세계가 바이러스(Virus) 공포에 휩싸여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발 바이러스 공포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했다.
거리는 매우 한산해졌고,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이 드물다. 사람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표정을 알 수 없는 마스크 일색이라 그야말로 적막 그 자체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무엇이기에 이렇듯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는 인류를 벌벌 떨게 하는 것일까?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특성과 무생명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즉 바이러스는 혼자서 증식이 절대 불가능하며, 매개체인 숙주세포(hostcell)내에서만 생명체의 특성인 복제를 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본다면 숙주내의 바이러스 복제는 곧 생존이고, 숙주인 생명체 입장에서 본다면 바이러스의 생존은 감염을 의미한다.
숙주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생명체(동물, 식물, 박테리아 등)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결국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바이러스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간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수많은 질병을 야기했다. 흔히 알고 있는 인플렌자바이러스(influenzavirus)에 의한 독감과 간염바이러스(Hepatitisvirus)에 의한 간염(또는 간암)이나, 에볼라바이러스(Ebolavirus)에 의한 유행성출혈열, 메르스바이러스(MERSvirus)에 의한 호흡기 질환, 로타바이러스(Rotavirus)나 노로바이러스(Norovirus)에 의한 식중독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병원균 중 최소 60%는 동물을 통한 감염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인류는 포유류, 박쥐, 진드기, 설치류 등을 통해 감염 병이 발생될 수 있다. 최근 새로 출현하고 있는 바이러스 중 70% 이상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SARS, 2002년 발병)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전파된 후 인간에게 전염된 질병이고, 메르스(MERS, 2015년 발병)는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박쥐에서 낙타로 전파된 후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 1979년 발병, 2014년 큰 피해)는 아프리카의 과일박쥐 혹은 고릴라, 침팬지 등을 통해 인류에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에이즈바이러스(AIDS virus, 1980년대)는 아프리카의 원숭이에서 인류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생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폐렴유발)도 박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는 80%정도,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와는 96%의 유전자 일치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렇듯 인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생존을 위협하며, 경제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경제 손실은 200조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 손실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80~200nm 크기의 바이러스가 인류 생존과 존립에도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류는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이 꾸준하게 발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영향권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증가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복합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단순하게 몇 가지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기후변화에 의한 급격한 환경변화와 각종 개발에 따른 야생동식물 서식처 파괴이다. 환경변화가 생물들 사이의 상호관계에 대한 균형을 파괴함에 따라 인류에 미치는 질병을 가중 시킬 수 있다. 기존 숙주가 변화되면 다른 숙주를 찾게 되어 있는 것이 바이러스의 생존 본능이다.
두 번째, 인류의 항생제 남용이다. 항생제의 남용은 바이러스의 내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결국 더 강한 바이러스가 발생될 수 있다.
항생제는 가축에 대한 항생제 남용과 인류의 건강을 위한 항생제 남용 등 두 가지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왜냐하면 가축은 결국 인류에 의해 소비될 것이고, 가축체내에 항생제는 소비자에게 축적되게 된다. 건강을 위한 항생제 남용은 감염된 바이러스의 내성을 키우게 되며, 결국 더 많은 항생제 사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바이러스의 승리로 마감될 수 있다.
세 번째, 야생동물의 식문화다. 위생적이지 않은 식문화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키워 변종 및 이종을 탄생시킬 수 있다. 생태계내에서 서로 상호 근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이 인위적으로 한곳에 모여 있다면 바이러스 상호감염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바이러스의 변종, 이종을 양산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향후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감소 될 것인가 증가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필자 이승호 박사는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이며, 국립군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겸임교수다. (재)은산생태연구재단 이사장, 한국생태학회 이사,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기술수준평가 전문위원, 지식경제부 지식경제기술혁신평가단 평가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평가위원, 한국식생학회 대외협력이사, 에코저널 편집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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