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녹지는 야생동식물의 '오아시스'
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환경문제가 화두가 되는 세상이다. 환경문제가 늘 이슈로 대두되고 있으니,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환경복원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많이 들리던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하기야 지금처럼 환경훼손이 극에 달한 적이 없으니 그 전에는 그렇게 말할 대상이 없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복원 사업도 다양해 산림복원, 하천생태계복원, 연안습지생태계복원, 해양유용수산자원 복원 등으로 참 많기도 많다.
그런데 복원(restoration) 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게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었던 생태계를 대신해 혹은 훼손된 생태계를 본래 자연대로 찾아 줘 그 생태적지위(ecological niche)를 유지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굳이 불필요하게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복원이라는 표현은 어색한 것이다.
요즘 도심을 지나거나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녹지에 분포하는 식물종 중 목본(木本)을 제외하고 초본(草本)류는 잔디만 남겨 놓고 커팅기로 모두 제거하는 작업을 자주 목격한다. 몇일 전 필자도 경기도 안산과 서해안고속도로 비봉 IC 근처에서 목격한 이러한 작업들은 한두해 있었던 일이 아니다. 늘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도심정화(?) 사업이다.
도심의 녹지는 야생동식물의 오아시스다. 그런데 그 곳에 다시 인위적 간섭을 무차별로 가하고 있다. 자연(自然)은 자연스럽게 있을 때 비로소 자연(自然)인 것이다. 그 자연을 없애고 인류는 편의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도로와 건물을 올린 것이다.
도심녹지 조성은 이러한 식생훼손에 대한 최소한의 생태공간이다. 도심녹지가 인위적으로 조성된 비오탑(biotop)이라 할지라도 도심의 최소한 녹지공간을 다시 인위적으로 간섭한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처절한 배신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자연을 대상으로 인류가 무언가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어리석음이 잔재돼 있는 듯하다. 이곳 저곳 싹둑싹둑 잘라놓은 식물들 옆을 지날 때면 식물수액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식물의 피인 수액이 난자해진 곳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야∼ 깔끔하다!"라는 감탄사가 나올까 ?
잔디만 분포하는 도심 녹지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녹지에는 얼핏보아도 개망초(Erigeron annuus), 김의털(Festuca ovina), 질경이(Plantago asiatica), 패랭이꽃(Dianthus chinensis./ L), 제비꽃(Viola mandshurica), 다닥냉이(Lepidium apetalum), 꿀풀(Prunella vulgaris var. lilacina) 등 20종 이상의 초본류가 분포하고 있었다.
도심에 사는 아이들이 식물이름을 잔디만 기억하고 있을 때 이 삭막한 도심은 더욱 삭막해지고 정서도 메말라 갈 것이다. 식물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독립영양생물이다.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어 주어 인류를 생존하게 한다. 식물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는 생물은 늘 고요하다. 그 고요가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님을 잘 생각해서 인류는 행동해야 한다.
식물은 이렇게 인류에 이해 죽어가면서도 사회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식물들은 분해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싹트이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