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온도 상승은 녹지부족과 비례
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요즘 25℃ 이상의 무더운 밤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한낮에는 폭염특보가 지속되고 있다. 21일 합천의 낮기온은 36.4도까지 올라갔다. 동해안지역은 8월 하순으로 가장 뜨거운 날씨를 기록했다.
도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금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지구 전체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현상을 '지구온난화'란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나타나는 지구온난화는 그 정도가 심해져 인류에게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다.
해수온상승도 심각하다. 특히 경북 동해안 해역의 바닷물 온도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지난 4월 경북동해안 해역(경주 감포에서 울진 죽변)의 3월과 4월의 수온은 9.9℃∼14℃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간 평년치에 비해 -1.5℃∼2.6℃가 높아진 수치며, 지난해와 비교해 최고 3.2℃가 올라간 것이다. 이로 인한 해양생태계 영향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오징어가 집단폐사하고, 지역주민의 소득자원인 돌미역은 출하시기가 달라졌다. 어류의 각종 질병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온상승은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주며 생물들의 생육에 혼란을 줘 멸종 혹은 종감소, 기회종 번식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전 지구적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힘을 모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공장과 자동차 매연을 감소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도심의 부족한 녹지공간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온상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린 유독 도심이 시골에 비해 더운 것을 피부로 느낀다. 도심 온도는 농촌지역보다 약 0.5∼1.5℃정도 높게 상승하지만 도심과 농촌의 온도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열섬현상이다. 이는 도심의 많은 인공구성물이 시멘트,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의 석조면을 태양광이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열의 방사로 인공구조물들은 많은 열을 비축하지만 식물은 내부에서 광합성 현상을 통해 열이 조절된다.
도시화에 따른 녹지면적감소는 대기와 열 교환현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즉 도심 온도 상승은 크게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지만 작게는 녹지감소로 인한 열섬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는 도심 녹지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으며 훼손 후 만든 최소한의 비오탑(biotop)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일부겠지만, 시민들의 의식부족은 정말 한심한 정도다.
도심을 지나다 보면 사진(서울 가양동 인도)에서와 같이 시민들의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그나마 인위적으로 조성한 녹지가 훼손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행동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도심을 지나다 보면 정말 많이 눈에 뜨인다. 혹여 우리 자신에게도 저런 모습들이 있었는지 한번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야생동식물에게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녹지공간에 대해 너무도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녹지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민의식 변환, 그러한 작은 실천들이 도심의 온도를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다. 정부가 녹지공간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 놓아도 시민의식 부족으로 훼손된다면 아무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녹지공간 보호, 녹지공간 조성, 녹지를 보호하는 시민의식 확충이야 말로 기온상승에 맞서 우리가 절실히 실천해야할 작은 숙제다. 건강한 녹지의 유지·관리는 인류에게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는 물론 생물학적, 생태적, 기후적,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