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그 공유된 책임
2010-03-17 10:34
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에코저널=서울】요즘 '친환경녹색성장'을 국가적 성장추진동력으로 활용하고자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부분에 '친환경녹색성장'이라는 용어가 덧붙는다. 일부분에서는 단순한 개발사업까지 '친환경녹색성장'이라는 표현으로 홍보되기도 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개발이 우선됐던 시절에는 환경을 돌아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개발이 진행된 후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 생겼을 때는 이미 피폐해진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산은 갈기갈기 찢겨 바닷 속, 하천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고, 물은 썩어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으며, 그 곳에 살아야할 수생식물, 어류, 수서곤충 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땅은 병들었고 공장의 굴뚝으로는 수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돼 지구촌 어딘가에 멈추어 있다. 도무지 "이러한 곳에는 생물이 살수 없고, 인류도 살수 없다"는 것을 몸소 겪은 사람들이 모여 NGO를 만들고, 이 국토의 환경지킴이를 자청했다.
그러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들은 바뀌어 왔다. 그래서 지금은 어떠한 사업이 진행되면 환경이 화두가 된 것은 사실이다. 환경은 그나마 지켜지고 있을 때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멈추기만 해도 상당부분의 환경을 살릴 수 있다. 환경은 누구누구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었듯이 환경이 훼손되면 우리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개발이든 개인사업자의 개발이든 그러한 개발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모두에게 의견을 구하고 환경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것이 환경을 지키는 길이며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런데 가끔은 진정 환경을 위하는 길인지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자연의 이름을 빌리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필자는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 동해안, 수많은 도서들, 심지어 무인도서에 까지 가서 수많은 조사와 관련연구를 시행했고 지금도 그렇다. 산과 강, 바다를 조사하며 낙상을 겪기도 하고, 독사에게 물려 죽을 뻔하기도 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조사와 유류제거, 실상보고를 위해 뛰면서 몸무게가 10kg 넘게 빠지기도 했다. 물론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 가시는 분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환경을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필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내 환경전문가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환경 간담회, 환경 패널, 환경평가위원으로 공개석상에서 토론을 할때가 많다. 토론을 할 때 환경전문가는 환경전문가적인 입장과 환경의 입장에서 대변하게 된다. 그런데 각종 토론에서 간혹 개인 혹은 어느 집단의 이해에 반하는 의견과 발언을 하면 전문가적인 의견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행동을 보인다. 필자의 의견이 어떤 이해관계와 상반된다고 해서 그렇다고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발언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인류가 존속하면서 개발을 하지 않고 보존만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발과 보존 중 한가지만 강조하는 것은 매우 편협(偏狹)한 사고방식이다. 개발과 보존에서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인류가 존속할 수 있는 기준점을 찾아가는 것이 환경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며, 각종 토론회가 필요한 이유다.
환경문제는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따라서 언제나 신중신중 또 신중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이다. 단, 제발 개인과 단체의 이해관계를 환경이라는 용어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환경은 우리 모두의 공유된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