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책임연구원
가정 폐기물처리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필자는 며칠 전 서울 도심 주택가를 지나다 온갖 생활용품과 쓰레기, 음식물들이 주택가와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유해물질 배출가능성이 높은 형광등이 깨져 있는 곳도 여러 곳이 눈에 보였다. 흔히 사용되고 있는 건전지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경관적 측면에서도 결코 좋지 않지만 환경적으로는 더욱 심각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초등학생 어린이 혈중 및 요중 수은 농도가 미국이나 독일과 비교해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고 1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대상 어린이 중 1% 가량은 혈중 수은 농도가 국제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고 일부 어린이는 농도가 기준치보다 최고 3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전국 26개 지역 초등학생 어린이 2천명을 조사한 결과이며 어린이 혈중과 요중 총 수은농도는 2.42±1.01ppb와 2.53±1.88㎍/g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어린이 혈중농도 0.34ppb, 독일 1.0ppb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배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을 방치하고 있는 처리방법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이제는 가정에서 배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처리 의지를 정부가 확실히 보여줄 시기라 판단된다.
설 연휴에는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화성의 한 아파트가 쓰레기 천지로 변했다. 악취도 나고 주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걱정됐다. 과연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쓰레기로 가득찬 주변 환경을 보고 무엇을 배우겠는가?
물질이 풍요해지면서 많은 음식물, 유해물질, 사용가능한 물건들을 그대로 방치 혹은 버리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만을 보더라도 하루에 약 1만1천397톤이나 버린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원이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고 있다. 15조원이라는 돈을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하고 또 처리하느라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식습관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음식물 쓰레기의 심각성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도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리에게 현재 존재하는 음식물들과 물질들은 우리 후손들이 다시 사용해야 하는 소중한 물질들이다.
지금처럼 흥청망청 물질들을 처리하면 우리 후손들도 보고 배운 물질 사용법을 적절히 활용하며(?) 흥청망청 쓰게 될 것이다. 물질은 한정돼 있고 한정된 물질을 마구 쓰게 되면 결국 물질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물질 낭비는 결국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고 캐내는 것에 인류의 노력이 집중될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노력들은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파괴는 인류의 자멸을 의미한다. 정말 환경에 대한 피해로 많은 사람이 희생될 때에는 환경자체를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른다. 환경에 대한 인류 피해는 꾸준한 노력으로 저감시킬 수 있다. 무엇이고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꾸준한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배려야말로 인류를 환경폐해에서 벋어나기 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