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관람 문화를 바꾸자 2006-11-30 22:56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복잡한 머리를 정리 정돈해주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회색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찌든 때가 자연에서 한껏 맑아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제주도에 다녀왔다. 문화와 역사가 숨쉬는 제주도는 관광지로써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유의 민속 문화 등 풍부한 관광자원이 발달돼 있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06 제주방문의 해'를 맞아 더욱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관광자원 개발은 우리나라의 자연자원을 보호하면서 경제에 보탬이 되는 1석 5조쯤 되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 산업이다. 그 파급효과를 따진다면 1석 100조라고 해도 모자랄 듯하다. 실제로 제주도는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제주도의 여러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관광객들이 관람문화 수준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은 우리나라 종은 물론 세계에 분포하는 다양한 종(2,000여종)의 식물을 선보인다. 그 종수 만큼이나 수많은 관람객이 다녀가며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 관광객도 물론 많다.
충격적인 것인 여미지식물원에 전시된 아름다운 식물을 대상으로 일부 몰지각한 관람객들이 낙서를 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한글로 돼 있어 더욱 가슴이 아팠다. 식물 수피에 적힌 글은 사람의 눈에도 결코 좋지 않지만 식물에게 매우 치명적이어서 병원균 감염으로 식물의 생을 마감시킬 수 있다.
여미지식물원 수생식물원에 있는 빅토리아아마조니카(Victoria Amazonica) 연은 관람객이 던진 동전으로 잎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얼마나 많은 관람객들이 식물 잎이 괴롭게 동전을 던졌던지, 팻말까지 세워 관람객들의 동전 투기를 제지하고 있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었다. 여미지식물원의 안내방송 마이크를 잡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눈을 감고 한참을 서 있다가 조용히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