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山다워야 하는데...
山은 山다워야 하는데...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얼마 전 필자는 전라북도 나포 지역에 다녀왔다. 산세가 수려한 곳으로 개발이 되지 않아 공기가 맑고 물도 깨끗했다. 곡식 수확을 마친 논과 밭, 산이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나포지역의 산은 소나무 군락이 대부분이다. 전부 소나무 같지만 자세히 보면 소나무과 중에도 곰솔(Pinus thunbergii)과 소나무(Pinus densiflora)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겨울에도 녹색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녹지자연도 7∼8등급은 되어 보였다.
곰솔은 겉씨식물 구과목 소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주로 해송, 흑송(黑松), 검솔, 숫솔, 완솔이라고도 불린다. 소나무는 겉씨식물 구과목 소나무과의 상록침엽 교목으로 솔, 솔나무, 소오리나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 송(松), 적송(赤松), 송목, 송수, 청송이라 한다.
운전을 하면서 눈앞에 펼쳐진 녹색의 병풍을 보며 편안해지는 것은 자연만이 줄 수 있는 한없는 선물이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산을 지나치다 문뜩 보이는 '벌거숭이산'을 보고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브레이크를 밟고 한쪽에 차를 주차 시켰다.
어디부터가 시작인지 끝인지 모르도록 산불이 심하게 발생해 온통 산이 벌거숭이였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나무가 그나마 그곳이 소나무가 자랐던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산불이 난지 1년이 되었는지 2년이 되었는지 타다 남은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그 곳에는 아주 어린 낙엽송이 심어져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지며, 이중 97%가 입목지로서 산불 발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심과 노력을 더욱 기울였다면 과연 이렇게 산불이 번져 나가 모든 것이 사라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3년 기준으로 산불에 의해 약 270건, 750ha의 면적이 훼손됐으며, 최근 5년간(1999∼2003년) 연평균 540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연중 가장 건조하고 바람도 강한 봄철에 연간 산불발생 건수 대비 89%이상, 면적대비 99%이상이 일어났다. 산불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부분 부주의 때문이다.
산불의 발생원인 별로는 입산자 실화 42%, 논밭두렁 소각 19%, 담뱃불 실화 9%, 쓰레기 소각 8%, 성묘객 실화 7%, 기타가 15%이다. 이중 주말 및 공휴일의 산불발생건수는 무려 39%다. 우리들의 부주의로 연평균 1천400ha의 많은 산림이 훼손되는 것이다.
산림이 복원되는 데는 실로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또 산불피해는 매우 극단적이다. 산림에 존재하는 식물, 곤충,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 모든 생명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심지어 토양미생물까지도 죽음에 이른다.
산이 산다우려면 식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식물과 함께 소비자인 동물이 있어야 한다. 산불은 이 모든 먹이연쇄(food chain)를 끊어 놓는다. 생태계의 물질순환을 일순간에 지속적으로 절단시킨다. 단지 인간의 부주의 일 뿐인데 그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다. 그래서 산불이 발생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산불이 발생된 곳은 복원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불이 일어나면 산화지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대처방법이다. 산화지의 벌채작업은 토양을 교란시키고 씨앗의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또한 강우시 토양과 영양소 유실량을 극대화시키게 된다. 타다 남은 식물은 유기탄소가 많이 포함되어있어 생태계의 분해자인 미생물 활성을 도와 물질순환의 균형을 잡아준다. 미생물 영양분 보유능력은 식물인 속성수 보다 훨씬 많으므로 천이과정에 필요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것을 잘라내고 치우지 않아도 자연은 치유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 산화지 복원은 더뎌지게 된다. 자연회복을 저지시키는 방향으로 산화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외국은 산화지역에서 나무를 벌채하는 일은 하지 않으며 나무식재 또한 매우 신중하게 진행하고,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자연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산화지 복원 기법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얼 어떻게 복원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일단 눈가림에만 급급하지 말고 초본, 관몬, 아교목, 교목의 층위구배별 식재와 주변경관과의 연계성을 고려하고 야생동식물 분포에 입각한 식재, 토양기능 회복연구 등의 연구를 진행시키면서 차후 복원 노력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