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임산물 채취는 불법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필자는 얼마 전 아산만에 있는 고대지구에 다녀왔다. 고대 지구는 각종 개발사업과 함께 공장설립 및 매립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인근 한진항은 수많은 어민들이 굴 채취 및 어로 작업을 위해 분주했다.
환경조사를 위해 이곳저곳을 다닐 때면 언제나 그 지역 풍경에 빠져든다. 개발지역이 늘 농어촌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압력이 거센 것은 사실. 이에 매번 조사시에는 개발과 보존의 양날에서 균형점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늘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이 모두 좋은 것만 나타나는 현상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점이 있다면 단점도 필히 존재한다. 단점이란 것을 두려워하여 장점을 살리지 않는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개발만을 강조하고 보존만을 강조한다면 매우 편협한 사고이다. 언제나 완충점을 찾아야 한다. 사실 그것이 너무 어렵다.
각종 개발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수많은 동식물이 우리 곁에서 사라졌지만 인류가 영위하고자 하는 편리는 단편적이라 할지라도 이미 추구하고 하는 바다. 물론 편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인지 과연 동식물의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 얻어야만 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중장기적 의문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과학기술의 발달과 개발이 인류의 번영과 존속에 큰 힘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 일 것이다.
우리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없어지는 생물종을 눈여겨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생물종 보호 및 보존에 반하는 행위를 스스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것을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밀렵도 이에 포함되며 임산물채취도 그러하다.
최근 산림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산나물, 산약초 채취를 못하게 하였다. 이러한 불법 행위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산림법 제90조제4항제8호 및 동법시행규칙 제94조제4항제6호)이 만들어진 것.
임산물 채취 금지 조치는 각종 채취동호회 결성, 관광버스 등을 대동한 무분별한 산나물, 산약초 굴․채취행위가 성행하여 이미 위험수위가 넘었기 때문이다.
한진항 부근에서 생태조사를 시행하고 있을 때에도 한손에는 큰 배낭, 한 손에는 곡괭이를 들고 40~50대 아저씨들이 나타나셨다. 한참을 연안에 있는 산을 헤치고 다니시며 무언가를 잔득 캐고 오셨다. 무엇을 캐시는지 궁금하여 옆에 가서 여쭤보았더니 채취하신 것을 들어 보이며 백화수를 캔다고 하셨다.
백화수(자작나무)는 쌍떡잎식물 참나무목 자작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백화피(白樺皮)라고 하여 이뇨․진통․해열에 쓰는 약재다. 거리낌 없이 임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보니 한두번 하신 솜씨는 아닌 듯 했다.
우리의 자연생물자원은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이러한 일들은 얼마나 많은 생물자원이 사라지고 있는지 추측 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없어지는 야생동식물은 그나마 대의명분(?)을 내세워 합리화 할지 모르나 무단임산물 채취는 몇몇의 이익을 위해 행해지는 이기적인 행위다. 밀렵 및 무단 임산물 채취는 분명 근절돼야 한다. 관계기관의 홍보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