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바다이야기’에 환경은 없다 2006-08-24 16:31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책임연구원
얼마 전부터 온 나라는 ‘바다이야기’ 뿐이다. 모든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검색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이야기’에는 바다환경이 없다.
진실이야 무엇이건 이 사건으로 인해 해양환경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필자는 맥 빠지는 일이 한 가지 생겼다. 10년이 넘도록 필자는 환경 특히 바다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이곳저곳에 알리고 다녔다. 각종 환경행사에 발표도 하고 토론회도 하고 환경전문지에 수없이 기고도 했다. 바다환경오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인류가 살아가는데 치명적이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려왔다.
일부 언론이 ‘바다 환경 이야기’를 대변해 줬지만 지금처럼 화려한(?) 이슈는 결코 되지 못했다. 지금의 ‘바다이야기’ 검색어와 필자가 부르짖고 다닌 바다이야기는 분명 이슈화되는 정도가 달랐다. 의미가 어떻던 환경을 의미하는 바다는 이슈화되지 못했다.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의 반응도 너무 파격적이다.
바다 환경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바다환경은 지속적으로 오염이 심화되고 있으며 각종 간척사업과 목적을 잃은 대규모 국책사업들은 수많은 바다생물들의 산란장을 빼앗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일부 몰지각한 어민들이 산란시기에 무분별하게 치어까지 잡는 싹쓸이 어획으로 바다생물자원은 고갈되고 있다.
바다연안은 인구밀집과 대단위 산업시설 및 양식어업이 집중되고 가정하수, 산업 폐수 방출, 농업비료 사용, 양식사료 유입 등 각종 양양염류가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영양염류 과다 유입은 부영양화(eutrophication)를 일으켜 연안 수질오염, 유해성 적조 발생 및 패독(shell poisoning) 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특히 양식장이 밀집된 해역은 양식어의 배설물, 섭식이 되지 못한 사료, 폐사어 등이 그대로 저층에 퇴적, 부패, 분해되면서 많은 용존산소를 소비하게 된다. 이러한 무산소 환경이 형성되면 공극수나 퇴적물의 화학적 특성에 큰 영향을 주게 돼 바다생물 서식처 교란을 야기한다.
동해안과 남해안은 ‘갯녹음’ 현상으로 저서생물은 물론 바다생물이 전혀 없는 사막으로 변해 온통 하얗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갯녹음 현상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원인 또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갯녹음을 줄이는 방법은 인공어초와 해조류 이식을 통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우리는 갯녹음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갯녹음이 발생된 곳을 뒤처리하기도 버겁다.
바다에서 주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생물에게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생리·생태학적으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박에 사용하는 TBT가 한 예이다. TBT는 방오제라고도 불리며 선박이나 해양건설장비에 부착생물이 붙지 못하도록 처리하는 화학제이다. 방오제(TBT) 사용은 바다생물들에게 임포섹스(imposex) 또는 인터섹스(intersex) 발현을 유도한다. TBT는 반감기가 아주 길고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되므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바다생물에 미치는 TBT 영향은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인체에 미치는 TBT 영향과 TBT에 의해 영향 받은 바다생물을 섭취한 고차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구체적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생물체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작용을 방해해 암수변환, 기형, 암 등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TBT는 전국 해안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 제주도 바다생물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린 각종 수산물을 섭취하고 있으며 TBT는 생물농축으로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거론한 바다 환경이야기는 극히 일부 문제를 거론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일부 문제로 인해 인류 생존 자체에 위협을 줄 수 있음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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