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는 야생동물 무덤 2006-09-05 12:26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산업이 발달됨에 따라 인간편익을 위한 다양한 용도의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 마치 거미줄처럼 엮인 고속도로는 그 모양만큼이나 야생동물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 시에는 각종 야생동식물(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사후영향조사) 조사가 이루어진다. 이는 도로 건설시 야생동식물 감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서식분포파악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간다.
야생동물의 생태적 분포파악을 위해서는 먼저 신설 도로로 인한 야생동물의 영향을 미리 예측 평가하는 계획 단계가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예측 평가는 해당지역별로 서식하는 각종 야생동물의 종 구성, 종 분포, 계절적인 변화, 산란장소, 서식처, 일상 행동권, 조류의 서식공간인 식생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수환경요인 등 전반적인 생태 조사가 수행되는 것은 물론 보호대책도 해당서식 동물별로 다양하게 세워져야 하고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그 대책에 지속적인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종합적인 야생동물 분포 파악은 물론 그 대책 또한 미미한 실정이다. 몇년전 개통된 서해안 고속도로 주변 산맥들은 녹지자연도 7∼9등급의 산림식생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각종 야생동식물의 다양한 서식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도로 건설에 따른 인위적 서식지 격리로 인하여 단절된 도로를 횡단하는 야생동물의 상해(종개체수 감소)가 늘고 갑작스런 동물출현에 따른 차량의 손실과 인사사고가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또 차량 운행 체계 혼란을 야기 시키고 야생생물 자원 손실 및 먹이사슬 파괴로 인한 연쇄적 생태계 교란 등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필자가 서해안 고속도로의 야생동물 사고율을 조사한 결과, 비교적 양호한 산지가 형성된 곳에서 고라니, 멧토끼, 청설모 등의 야생동물 치사율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최소한 전남-전북 5지역, 충남 6지역, 경기 2지역 정도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개설이 요구된다.
현재 고속도로를 개통한 후 야생동물에 관한 사후관리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해안 고속도로중 유일한 야생동물이동통로는 서산지점 운산터널(사진) 위에 조성되어 있지만 이 곳은 단지 서산농장의 방목소 이동을 위한 통로로써 울타리가 조성되어 있고 목초지대로 되어있다. 역시나 기능 없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곳이다.
고속도로라는 초대형 공사라고 보기에는 생태통로는 야생동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2012년까지 '한반도 생태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에 따라 대규모 생태통로를 조성할 계획이라 하였지만 아직도 8년이 더 남아 있다. 8년 동안은 야생동물은 고속도로에서 계속 무방비로 죽을 수밖에 없다.
야생동물 이동통로 확보가 기초조사 부족으로 어렵다면 녹지자연도가 높은 곳 또는 야생동물 출현이 빈번한 곳, 야생동물 사체가 자주 발견되는 곳을 중심으로 고속도로 상의 야생동물 이입 차단막을 먼저 설치한 후 기초조사를 실시해 생태통로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로 건설 전에는 도대체 뭘 하고 이제 와서 기초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러한 행태는 야생동물의 씨를 말려, 야생동물을 고려하지 않고 도로를 개통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환경이 인간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지 실험적 한계 도출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