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인류 존속 '위협' 2006-09-14 10:06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지구환경이 이상한 것이 어제와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양상은 많은 인명피해까지 유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수없이 인류에게 파괴된 환경이 견디고 견디다 참지 못하고 그 아픈 정도를 일부 표출하는 것이겠지만 그 피해는 정말 대단하다.
환경훼손은 대부분 인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특히 기후변화는 이상폭설, 집중폭우, 가뭄 등의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나 인류 존속자체를 뒤흔들게 된다.
지구의 기후는 46억년의 지구역사 만큼 끊임없이 변하며 4번의 빙하기와 4번의 간빙기가 있었다. 최근 100년 동안의 기온 변화를 보면 1890년 이후 1940년대까지는 기온이 상승했으며, 그 후 약간 하강하다가 1970년대 이후에는 다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기온이 상승되는 시기는 산업화 시기와 같이 간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 패널)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는 섭씨로 2도 상승할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어 여러 가지로 인류는 힘든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표출된다. 기후변화 양상은 다시금 더욱 복잡한 환경문제를 야기 시킨다. 즉, 기후변화의 시작은 모든 환경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생존하는 생물들의 생활패턴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안정된 환경에서 적응해오던 생물들이 기후변화에 적응을 못하게 되고 종분포 변화가 나타나며 새로운 기후에 적응성이 높은 외부이입종이 증가되는 등 동·식물상의 변화가 급격해진다.
환경변화가 시작되면 동물들은 회피하거나 죽고 다른 이입생물들이 들어오게 된다. 물론 이입생물들이 안정화되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식물은 이동성이 없기 때문에 기존에 생존하던 종은 절멸하거나 분포역이 축소되고 새로운 종이 이입된다. 식물은 생태계에서 생산자로서 생태계의 기둥역할을 하며 동물들의 생존을 지탱한다. 곧 식물의 절멸과 분포역 변화는 저차소비자를 거쳐 고차소비자인 인간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들 주변에서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동해안의 평균 수온이 지난 36년 동안 0.82℃ 상승했다. 최근에는 상승 폭이 더욱 커지면서 다양한 아열대성 어종들이 남해안에서 동해안으로까지 분포 해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동해안에서는 한류성 어종인 대구, 명태, 도루묵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이 늘어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남해안이나 제주 해역에서 발견되던 백미돔, 강담돔, 자리돔, 독가시치 등 아열대성 어종이 동해안에서도 자주 잡히고 있다. 올 여름 피서객들은 교통체증과 피서지에 몰려든 인파 때문에 북새통을 이루면서 곤욕을 치른 것도 모자라 열대성해파리의 출현으로 더욱 짜증났을 것이다.
이렇듯 수온 0.82℃ 변화가 해양생물의 생리, 생태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우리나라 연평균 수온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서 해양생태계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되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고 있다.
기온의 상승은 지구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남반구에서 더욱 확연한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기온상승을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온실효과란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의 사용증가 등으로 대기구성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기온이 상승되는 것을 말한다. 곧 화석연료의 급격한 사용이 기후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는 태양에서 복사되는 단파장을 거의 통과시켜 지표면까지 도달시키지만,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복사는 장파장이므로 대기 구성물질 중의 수증기·이산화탄소(CO2) ·오존(O3) 등에 의해 흡수되어지거나 지표면으로 열이 방출되게 된다. 사실 온실효과는 지구를 항온 시켜 주는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온실효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 구성물질 중 일부가 과다하게 대기 중에 방출됨으로써 이상 고온현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상 고온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에는 이산화탄소 외에 메탄·아산화질소·염화불화탄소(프레온)·수증기 등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산화탄소에 의한 영향이 55%이며, 염화불화탄소 24%, 메탄 15%, 아산화질소가 6%의 영향을 미친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많은 양이 자연계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배출을 억제하기가 어려우나 이산화탄소·염화불화탄소 등은 산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고려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대량발생원인 화력발전소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심해나 폐유전에 폐기하는 방법과 연소전에 탄소를 제거해 사용하는 방법, 메탄올을 합성하는 방법 등이 제안되고 있다. 이미 배출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해양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대기중에는 탄소환산으로 약 7천억톤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고 있으나, 해양에는 그 약 50배되는 양의 이산화탄소가 화학적으로 용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구표면의 71%를 점하는 해양은 증대하고 있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흡수할 능력이 있다. 해양에는 플랑크톤, 해조류, 산호 등 여러가지 해양생물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생물의 생화학적 작용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해양과 같은 자연의 제거기능을 활용하려면 자연환경 자체가 안정화되어 있어야 더욱 효과적이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지구온난화를 아주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속도는 충분히 줄여갈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의 수용능력은 정말 크나 그 큰 수용능력 속에서도 표출된 환경변화를 회복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화석에너지가 아닌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