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있는 그대로 놔둬라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환경문제는 현지인으로 제한된 문제도 아니고 그곳을 왕래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도 아닌 생명체 모두의 문제다.
생존문제 자체가 삶의 목표로 설정되던 시절에는 개발위주의 정책이 사용됐다. 당장 눈에 보이는 산림보다는 논밭이, 논밭보다는 공장이 더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 시절 보다 삶의 질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개발위주의 정책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진 듯하나 여전히 정책기조는 개발위주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혹자는 "그럼 개발하지 말고 집도 짓지 말고, 차도 타고 다니지 마라"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필자의 생각은 개발만 고집한다든가 보존만 고집한다든가 하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협한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개발과 보존은 적당한 균형을 이뤄야 하며 깨진 균형은 회복되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균형을 잡기가 더욱 어려운지도 모른다.
요즘 흔히 나오는 단어중 하나가 '친환경적 개발'이다. 이는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도록 만드는 개발을 말한다. 즉,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친환경적 개발은 참으로 어렵다.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을 없애는 것은 중장비로 몇 번 휘저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떠난 생물을 다시금 생육시키려면 중장비로 몇 번 휘저어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개발을 위한 훼손을 최소화해 경감(mitigation) 한다고 해도 최소한 생육하던 생물생육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연구가 충실히 진행돼야 한다.
자연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구성요소들과 그 요소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아주 조금 가진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을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공간으로 불러모으려면 최대한의 배려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가 훼손한 환경 복원이나 친환경적 개발은 인류의 1% 노력과 99%의 자연 치유력을 통해 가능하다. 팝송 중 비틀즈의 'let it be'란 노래가 있다. 훼손된 환경이야말로 let it be(있는 그대로 놔둬라)라는 가사 대로 해야 한다. 다만 살짝 인류가 도와 줄 수는 있다. 심하게(?) 도와주는 것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우린 늘 자연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개발한다고 자연을 훼손하고 보존한다고 자연을 못살게 하고 언제쯤 정신을 차릴 것인가?. 몇 년째 필자는 환경이야기들을 글로 쓰면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외치고 있다.
2005년도 저물어가고 과연 올해는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우리에게 등을 보이며 사라져 갔을까?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어설픈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개발을 강요당했을까?
오늘도 날씨가 참 쌀쌀하다. 겨울 달을 바라보며 콧노래로 'let it be'를 차가운 바람에 실어 날려본다. let it be∼, let i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