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종(種)다양성을 증가시키다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환경을 보존·복원하는 것이 어려울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보존과 복원 중에 선행돼야 하는 일이 보존하는 일이므로 보존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보존하려면 그만큼 보존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보존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늘 개발 논리로 환경을 질질 흘리게 된다. 환경 보존가치는 단시일적 가치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물질적 가치와 더불어 정신적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
요즘 훼손된 환경을 복원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하천복원, 해안선 복원 등 시대의 화두가 '환경복원'이 됐다. 처음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을 잘 보존했으면 복원이란 말이 어떻게 나왔겠는가?
환경은 훼손됐고 보존해야 할 곳은 너무도 많다. 인류가 살아가면서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더욱 가치 있는 일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환경을 보전하는 일이 더욱 큰 가치라는 것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느낀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훼손과 복원이 반복되면서 환경은 더욱 피곤해지고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 결국 복원이란 것은 자연을 인류의 입맛에 맞는 조형물로 전락시키는 결과만을 만들지 모른다. 조형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사람과 다른 생명들이 공존하는 따뜻한 생명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따뜻한 생명공간이란 인류의 편의로만 공간을 만들지 않고 야생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야생동식물 위주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물이 존재하려면 식물서식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할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조성을 만들어 생물이 충분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러한 식물의 기능은 생명 종다양성 유지를 위한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늘 훼손의 순위는 식물에 맞추어져 있다. 종다양성은 식물의 훼손과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 예로, 갯벌 습지에는 염생식물 식생대가 존재하면서 안정된 조간대 생태계가 유지된다. 즉, 염생식물 군락은 조간대의 일차생산을 담당하면서 갯벌생태계 먹이망의 근원이 되며 갯벌 동물들의 생육장 역할을 하는 등의 주변 갯벌을 안정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해안습지는 지난 '90년대 급속히 사라져 갔고 그 면적은 약300㎢이(해양수산부, 2000) 넘고 있다. 현재 진행 결정된 새만금 간척사업인 경우에만 간척되는 갯벌의 면적은 208㎢에 달한다.
해안습지가 급속히 사라진 시기에 연안에서 수산자원이 빠르게 감소했고 여러 부분에서 해양환경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적조의 발생건수와 발생지역이 확대됐다. 수산자원의 경우 어획량이 약 10분의 1 이상으로 감소되고 있다. 이러한 수산자원의 감소는 갯벌을 비롯한 해안식생대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렇듯 식물을 보호하는 것이 생물종다양성을 유지하고 인류의 보편 타당한 가치를 추가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늘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자는 입으로 떠들기보다는 행동이 앞선다. 포크레인으로 치이고 뿌리가 뽑혀도 식물은 식물 자신의 생태적지위(ecological niche)를 다하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늘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들이 상승 작용하도록 인류는 식물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묵묵히 생태적 역할을 하고 있는 식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