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살리기’ 지자체 공동사업으로
〈정선철/사회설계연구소장〉 [경향신문 2006-04-23 18:27]
일본 도쿄 수도권에서는 2003년부터 ‘도쿄만 재생 행동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는 해안에 접한 도쿄도에서 내륙의 사이타마현에 이르는 7개 자치단체를 비롯, 임야청•농림수산성•환경성•국토건설성•해상보안청•수산청 등이 참가하고 있다. 도쿄만 유역권의 산•농촌•도시•강•바다에 이르는 합동팀이 창설된 것이다. 왜 도쿄 수도권은 종래의 개별관리방식을 넘어 이러한 합동작전으로 나오고 있는가. 자연의 물 순환 시점에서 보면 바다와 산은 연인관계이며, 강은 바다와 육지를 잇는 데이트 통로라는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산•강•바다의 통합관리는 도쿄 수도권뿐 아니라 세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도쿄수도권의 고민은 이러한 통합관리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난제는 정책수단이 주로 규제를 강화하고 배출된 폐수•폐기물을 다시 모아 처리하는 종말처리 능력의 강화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종말처리 능력의 강화에는 입지공간 확보의 곤란뿐만 아니라, 종말처리 능력을 높인다고 해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서울 수도권에서도 최근 청계천 복원에서 시작하여 한강 살리기가 지방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며, 반드시 성공하기 바란다. 그래서 도쿄 수도권 사례에서 2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도쿄만의 산•농촌•도시•강•바다의 연계작전과 같이 한강 살리기는 서울의 단독사업이 아닌 한강유역권의 공동사업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한강 파괴의 원인은 한강유역권 3만2천㎢에 이르는 강원•충청•경기•서울•인천에서 기인하는 폐수, 폐기물 지형개변의 합동작품이라는 것은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나아가 서울 수도권의 물 순환은 경기만과 태백산맥의 연인관계를 한강이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순환 및 파괴 원인을 무시하고 서울에서 한강의 일부 지형만을 복원한다는 것은 합병증 환자에게 병의 원인 하나에만 처방하는 것과 같다.
둘째, 한강 살리기의 정책수단은 도쿄 수도권이 자금•입지 문제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종말처리방식을 뛰어 넘는 ‘순환형 방식’이 채택돼야 한다. 순환형 방식은 우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배출된 오염 물질도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오염물질에 새로운 가치가 붙어 돈이 되는 유가물로 전환해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천 및 해안에서는 갈대•갯벌•해초를 새로운 저비용 방식에 의해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연형에 가까운 블록 호안, 준설토에 의한 갯벌 재생이나 모판식 해초재생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여 학생•시민 참가 방식의 자연재생사업으로 전개할 때 복원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순환형 방식은 한강유역권의 환경을 총체적으로 재생하면서 서울 수도권의 에너지 자원 식량의 자급률을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은 한강유역권에 에너지산업, 순환형산업, 자연재생산업이라는 가장 포괄적인 환경산업의 집단을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공헌할 수 있다. 나아가 중국의 황하의 예에서 보듯이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 의한 하천유역권 재생시장의 세계 수요는 엄청나다. 한강유역권이 선행적으로 전환하여 노하우 및 경험을 축척할 때 이는 장래 유망한 국제협력 및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
인구 2천3백만명이 거주하는 한강유역권의 재생은 실로 거대한 전환사업이다. 이러한 전환사업을 새로운 21세기형 방식으로 실시할 때 한강유역권 사람들은 스스로 참가할 수 있고, 나아가 한강은 결국 재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