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형 어촌개발은 선택 아닌 '필수 전략
2009-09-30 09:04
일본 관광어촌 쿠시로항의 신개념수산시장 ‘MOO’
공학박사
이지왕(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
【에코저널=일본 북해도】
물고기를 잡아 삶을 영위해 온 어민들의 생활방식의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갈되는 어족자원으로 만으로는 어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어촌이 어업전진 생산기지에서 관광병합형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최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남동부 태평양 인접해 있는 쿠시로(釧路)에 다녀왔다. 쿠시로는 '로바타야키'와 '열빙어'(시샤모)의 본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쿠시로는 넓게 펼쳐진 초원과 맑은 호수 등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며, 쿠시로항은 일본 3대 어항의 하나로 꼽힌다.
'로바다야키'는 로바다(ろばた·爐端·화롯가를 의미)와 야키(燒의 일본말)의 합성어다. 즉, '화로 주위에서 굽는다'라는 뜻으로 화롯가에서 신선한 생선을 고기와 채소와 함께 꼬챙이에 구워 판다.
쿠시로의 어촌 관광개발형태를 살펴보면, 먼저 지역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수산시장을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한 'MOO'를 만들어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여기에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유물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단순한 볼거리 외에 또다른 의미도 부여한다.
또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쿠시로습지를 관광상품화하는 한편 곳곳의 워터후런트(Waterfront 친수공간)를 친환경적으로 정비해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MOO'라는 새로운 개념의 수산시장 1층에는 신선하고 다양한 수산물을 판매하는 수산시장을 비롯해 쇼핑공간, 식당, 야외 물가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다. 2층에는 식당과 문화공간이, 3층에는 역사 알림공간, 수영장과 헬스장 등 운동시설까지 조성돼 있다. 별관에는 식물원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먹거리부터 쇼핑, 박물관 관람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MOO'는 건물의 층별 구획공간 감각을 최소화해 편하게 걸으면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가 돋보였다. 야외에서의 '로바타 야끼'는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골라 구워먹을 수 있어 문을 열자마자 자리가 매진될 정도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안타까운 점은 좀더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MOO' 앞에 하천과 이어지는 산책로와 공원을 이어놓은 공간이 있었으나,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유감스러웠다. 바다를 보며 산책하고 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공원형태의 신개념 방파제를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쿠시로를 뒤로하고 귀국하는 길에 'MOO' 보다 업그레이드된 우리나라 어촌의 새로운 미래상을 나름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됐다. 어촌은 고령화되어가고 어업생산성은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GDP가 상승함에 따라 마린스포츠를 비롯한 수상레저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촌도 지역 특성을 살리고,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전략과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져야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지역만의 멋과 맛과 감성을 살리는 관광형 어촌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인 것이다.
출처 : 에코저널
http://www.ecojournal.co.kr/news_view.html?code=03040000&uid=47529&cpage=1&special=&lo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