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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새만금사업 사실상 농림부 '패소' 판정
  • Name : 이승호
  • Hits : 1351
  • 작성일 : 2005-01-17


'단군이래 최대 역사'라 불리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 법원이 "민관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간척지 조성 용도부터 다시 검토해 결정하라"고 요지의 조정권고안을 내려, 사실상 원고인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사실상 법원이 피고측인 농림부가 주장해온 '농지' 목적의 간척지 용도와 '담수호' 수질유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농림부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법원, "새만금 사업 용도부터 다시 검토해라" 권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강영호 재판장)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조정권고문을 원고측인 환경단체와 피고측인 농림부에게 제시하며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특정과 개발범위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할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둘 것"을 권고하는 한편, "위원회의 논의가 끝날 때까지는 방조제를 막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사실상의 '공사중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위원회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추천한 위원과 관련 정부부처(농림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및 전라북도가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즉 현재 농지 및 복합관광단지로 돼 있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 현재 계획대로 담수호와 농지를 조성할 것인지, 방조제를 막지 않고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리는 동시에 절반 정도만 개발해 산업단지로 조성할지 용도부터 다시 검토하라는 것이다.

법원 "새만금 농지-담수호 조성, 전북 발전 장해 가능성 높아"

재판부의 이같은 조정권고는 우선 시화호와 화옹호의 경우를 봤을 때 농림부가 주장하는 새만금호의 수질 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하고, 그 다음으로 수십년의 시간이 더 걸리는 농지 조성이 전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새만금 간척지에 조성될 담수호의 수질 유지 문제와 관련, 재판부는 "새만금에 조성될 담수호의 크기는 서울시 강남, 서초, 송파구를 합친 면적과 같을 정도로 방대한 면적"이라며 "그러나 이보다 작은 시화호와 새만금과 같이 공사를 시작해 최근 담수를 시작한 화옹호가 수질 오염 문제로 담수를 포기했고, 환경부 의견을 봤을 때 수질 유지 여부를 낙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북 내륙의 개발이 철저하게 제한돼야 하는데, 이는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이같은 조정권고는 그동안 새만금을 막아도 시화호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던 농림부 등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전북 발전 위한 모델 다시 생각해야"

재판부는 이어 새만금 사업이 전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에 대해서도 "새만금 사업은 애초에 전라북도의 발전을 위해 계획.시행된 사업이고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그렇게 약속해 왔다"며 "인천이나 평택 등이 서해안시대 개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현재도 열심히 개발 사업들을 추진중이지만, 농지조성을 위한 새만금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10여년이나 더 개발을 해야 하는데, 전북의 서해안 개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1987년 새만금 사업 발표 당시는 식량부족 사태로 농지 간척의 의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쌀 소비량 격감과 쌀 수입개방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이 크게 남아도는 상황에서 농지 간척이란 사업성을 상실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한편 방조제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공사된 방조제를 완전 또는 일부를 허무는 것은 국민정서상에 맞지 않고 막대한 예산과 환경피해가 예상되는 일로 일부 구간을 통해 해수를 유통시키고, 산업단지와 가깝고 이미 갯벌의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는 군산지역을 간척지로 조성해 개발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 "국민적 합의 없이 공사 강행돼"

재판부는 여기에 덧붙여 "새만금 사업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의 아사히만 간척사업은 물막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어업의 피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갯벌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도 간과된 측면이 크다"며 갯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방조제 공사는 90% 진행됐지만, 간척지.담수호 조성 등 전체 사업을 두고 보면 아직 사업이 50%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새만금 사업과 같은 거대한 국책 사업에 대해 거의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됐는데 아직 늦지 않았으니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을 바란다"고 조정권고문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조정권고안 수용 여부, 농림부가 관건

결론적으로 이날 재판부는 현재의 농지 조성 목적의 새만금 사업은 사업 타당성이 높다고 볼 수 없고, 담수호 조성으로 인한 심각한 수질 오염이 예상돼 결국 전북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해수 유통 가능한 공간은 갯벌을 그대로 보전해 갯벌의 가치를 살리는 동시에 군산지역의 일부 구간만 개발해 전북 발전에 실질적이고 신속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조장안을 내놓은 것이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의 용도를 다시 결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용도의 개발 계획이 세워지면 다시 환경평가를 실시해 사업을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이날 원고측인 환경단체측은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을 환영하며, 재판부 조정권고안을 존중해 시민단체들과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수합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분위기로선 재판부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피고인 농림부측은 사실상 원고측의 주장이 대부분 수용된 재판부의 권고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수용 여부는 권고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희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권고문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초 판결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2심과 3심까지 진행되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법정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이 사안의 경우 3년간 재판을 진행해 왔는데, 법적 다툼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정안 수용을 거듭 강조했다.

공은 이제 농림부 쪽으로 넘어간 셈이다. 과연 농림부와 전북도 등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