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사업자, 운영비 등 다른용도에 사용
최대 수십억원 규모, 환경부 발뺌후 시인
추심전문업체 의뢰해 자금회수에 안간힘
수년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이하 차세대사업)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중 일부가 사업비를 기업운영자금 등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사업을 기획, 총괄하고 있는 환경부는 사업비 전용문제를 놓고 숨기기에 급급한 인상이 짙어 사업비 전용과 은폐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17일 환경부,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업계에 따르면 경기악화가 지속되면서 환경업계의 자금상황 악화 등 경영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사업자로 선정된 기관들이 사업비를 회사 운영자금, 인건비 등으로 전용 또는 유용하고 있다.
사업비를 전용한 업체수는 무려 수십여곳에 달하는 실정이며, 전용 금액은 적어도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용 문제가 심화되자 차세대사업을 전담관리하고 있는 환경기술진흥원은 전용된 사업비를 회수하기 위해 추심전문 업체를 앞세워 사업비 회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기술진흥원 고위 관계자는 “차세대사업 1단계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이 사업비를 다른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내부적으로 실태를 파악해 사업비를 전용한 업체에 대해 강도높은 조치와 함께 사업비를 회수하고 있는 중이다”고 전해 사업비 전용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사업비가 지불된 업체의 통장에서 수백에서 수천만원 규모의 돈이 입출금되고 있으며, 기자재 구입 등 기술개발명목에 사업비를 사용했다면 자금들이 들쑥날쑥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차세대 사업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환경부는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본지의 사업비 전용의혹 문제제기에 대해 환경부측은 “(사업비 전용)그런 사실이 있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환경부는 매년 정기적으로 환경기술진흥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며, 특별사안이 있을 경우 별도로 보고를 받고 있는 점을 비쳐볼 때 환경부가 사업비 전용실태를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없다.
본지의 질문공세가 계속이어지자 주무과장은 사업비 전용사실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책임전가에 바쁜 인상이다.
김학주 환경기술과장은 “환경부는 차세대사업을 기획만 하고 있다. 사업을 전담관리하는 곳은 환경기술진흥원이다. 업체들이 사업비를 전용 및 유용한 사실이나 사업관리를 잘못했다면 감사원 감사에서 판명될 일이다”고 말했다.
특히 추심업무 공세가 강화되자 일부 업체에서는 환경부에 청탁까지 하는 사례도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사업비를 전용한 모 업체가 환경부(환경기술과)에 환경기술진흥원에 압력을 넣어서 업체를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차세대사업과제 주관 기관들의 사업비 전용사실에 대해 이미 수년전부터 환경부, 환경기술진흥원에서 인지하고 있었고, 이같은 사실을 쉬쉬한 결과 사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환경부는 차세대사업비 전용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탁상행정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환경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1단계 사업과정에서 일부 업체에서는 차세대사업 예산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설왕설래했다”면서 “경영난 가중으로 인한 것은 이해하지만 국가사업예산을 다른 용도에 쓰는 행위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련 업체들은 사업비를 전용한 업체가 잘못한 것은 명백하지만 무리하게 추심행위를 벌일 경우 기업이 도산할 우려가 높은 점을 감안해 적절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총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차세대사업은 2003년까지 1단계 사업을 종료했다.
1단계 사업에는 총 460개 과제에 대해 2천800억원이 투자됐으며, 2단계 과정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6천600억원이 지원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환경부와 환경기술진흥원의 차세대사업 관리에 있어 맹점을 드러내게 된 것으로 기획 및 관리시스템에 대한 진단과 재정비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