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우 논설실장
TV가 우리 생활에 너무 깊숙이 침투돼 공해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시민생활이 너무 각박하다보니 일상업무중 여가선용은 대부분 TV에 의존하고 있다. 스포츠중계 드라마 시사프로 등 실생활에 너무 가까이 있어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지만 대부분 너무 심취하다 보니 중독현상으로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TV 안보기 생활모임’이 창립총회를 열고 범국민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TV를 아예 안 보자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빠진 TV중독에서 벗어나 주체적 시청자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일주일쯤 TV를 끊어보면 TV시청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는 게 서영숙 대표의 말이다. 그런 다음, 무엇을 얼마만큼 시청할지 판단하라니 일리가 있다. TV 보기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자라나는 영아가 누워있는 동안 켜진 TV 때문에 눈이 밝은 빛이 보이는 한쪽으로만 쏠려 자란 후 사시됐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공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200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3시간 23분을 TV앞에서 보낸다. 가족과 함께 시청하는 시간에도 남편은 시사프로를, 엄마는 연속극을, 자녀들은 운동경기를, 서로가 선호하는 프로를 선점하기 위해 다툼까지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서에 하루 10분, 신문에 7분(1999년 통계청) 할애하는데 비하면 TV 시청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TV가 전달하는 정보와 오락도 상당하지만, 거꾸로 TV가 거실이나 안방을 차지한 채 가족과 세상을 단절시키는 면도 적지 않다.
TV가 가족과의 대화시간은 물론 독서와 공부시간을 빼앗고 비만과 당뇨, 시력저하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3주간 TV 안보기 운동을 했더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고, 공부에 도움이 됐으며, TV 안보는 시간에 독서를 하게 됐다는 국내 석사논문도 있다.
TV 끄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지식기반 사회로 진행할수록 개인의 지력과 실력이 국가경쟁력의 한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수동적인 TV 시청으로는 얻기 힘들다. TV를 끄고 애써 독서하고 사고(思考)하는 등 능동적 삶의 자세를 다져야만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갈수록 부박해지는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TV와 마주하는 대신 우리 주변과 세상을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거론되고 있는 TV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편향된 보도에 대해선 적극적인 시청자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광고의 홍수속에서 올바른 정보의 취사선택도 필요하지만 분별력 없는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프로를 여과 없이 방영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TV 뿐만 아니라 최근 인터넷 중독 등 생활속의 편향된 공해가 만연되고 있다. 게임 중독현상을 비롯해 마약·도박·성매매·자살 사이트·불건전 채팅 등이 독버섯처럼 우리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건전한 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인성교육 등 매체문화의 건전한 육성과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범국민적으로 벌이는 ‘TV 안보기 시민모임’의 활동이 매체공해를 줄이고 건전한 가정문화를 진작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