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 동물들, 비생태적 사육장서 생활
"자기 털을 뽑는 타조, 벽을 핥는 기린, 고개를 흔드는 수달, 무기력한 담비..."
환경연합 회원의 모임인 "하호"가 23일 발표한 "슬픈 동물원 2004" 보고서에 열거된 서울대공원 동물들의 이상행동들이다.
하호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 복지증진을 위한 모임으로 2001년에도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모니터링하고 "슬픈 동물원"이란 보고서를 냈으며 올해에도 3∼9월 동물원의 동물과 환경 등을 모니터링하고 결과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긍정적인 변화 노력에도 불구 동물원의 동물들은 여전히 좁은 콘크리트 사육장에서 관람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하얀" 북극곰은 녹조가 많이 낀 물 탓에 "초록"곰이 돼 있었고 3년 전 야생에서 잡혀 활발한 모습을 보이던 노랑목도리담비는 3년 만에 생기 없이 축 늘어진 "전형적인 동물원 동물"로 변했다.
북극곰과 수달은 계속 머리를 흔들어댔고 기린은 벽을 핥는 이상행동을 보였으며 타조는 서로, 혹은 스스로 털을 뽑고 있었다.
사육장의 경우도 대부분 콘크리트 비중이 여전히 높은데다 공간은 비좁아 각 동물에 맞는 생태적인 환경이 전혀 조성돼 있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동물과 관람객의 거리가 너무 가깝고 쇠창살로 돼 있어 관람객으로 인한 동물의 스트레스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야생 동물의 행동양식을 보이도록 자극을 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도 새로 시행되긴 했지만 침팬지 등 유인원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의 경우 체계적이지 않고 적용대상도 제한적인데다 동물의 생태적 습성에 근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동물의 생태와 습성,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미흡하고, 국내 대표적 야생동물을 위해 조성키로 한 "토종생태동물원"은 그린벨트 문제와 최근 대두된 디즈닐랜드와의 연계 의혹 등을 안은 채 공사가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하호는 "동물원은 그동안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실시,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의 합사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나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제한적이어서 여전히 아쉬움이 많았다"며 "동물원이 개선되도록 지속적으로 실태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물원 측은 "토종생태동물원은 공사 중 부지에서 암반층과 시멘트가 발견돼 설계변경에 들어가서 내년 2월 중 반드시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며 디즈닐랜드 연계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또 "행동풍부화 프로그램도 전 동물 우리로 확대하는 한편 모든 동물 우리를 생태동물원화하는 10개년 추진 계획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당장 모든 사육장 환경을 개선하긴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