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호르몬이 우리 몸을 혼란시킨다생식계통의 이상을 야기하는 물질들을 통칭해서 학자들은 ‘내분비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이라고 부르며, 언론에서는 ‘환경호르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환경호르몬은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오염물질에서 나오는 가짜호르몬(환경성 내분비교란물질, Endocrine disruptors)이므로 화학적 구조가 생체 호르몬과 비슷해 생물체 내에 유입될 경우 정상적인 호르몬의 기능을 혼란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인간이 만들어 쓰다 버리거나 사용중인 각종 화학물질, 농약 등이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들어와 마치 진짜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성장프로그램을 방해하는 것으로 극히 작은 양에도 생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몸 속에 들어온 DDT의 변이물질로 인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이 봉쇄되면서 성기가 위축된 플로리다 아폽카 호수의 수컷 악어라든지, 가짜 호르몬이 완전히 새로운 세포반응을 촉발시키는 경우로 다이옥신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 밖에도 환경호르몬은 천연호르몬의 생성, 분비, 수송 등 다양한 과정에서 부작용을 야기시키는데, 세계야생기금은 지금까지 총 67개의 물질이 그 같은 성질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체내호르몬의 경우 우리 몸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만 작용하는 반면 환경호르몬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작용한다.
아기 엄마가 섭취하는 음식에 포함돼 있는 환경호르몬은 태내의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생명체의 체내에 변화를 일으켜 생식에 악영향을 주며, 생식불능은 어른이 되면서 발견되기 때문에 그 영향이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환경호르몬이 더욱 위험한 것은 그것에 대해 아직도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현재 안전기준의 백만분의 1이라는 미량의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호르몬, 우리 가까이에 있다
환경성 호르몬에 생명체가 노출되는 근본적인 원천은 폐기물 소각장, 화학공장, 그리고 음식물의 잔류 농약 등이다. 산업시설에 의해 배출된 화학물질이 먼저 대기, 수질, 토양 등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다음으로 오염물질이 물고기, 축산물 등 생물체에 축적된 다음 최종적으로 사람이 소비하는 음식물을 통하여 인체 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또한 음식을 포장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랩, 비닐, 플라스틱, 캔 등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환경호르몬 유입의 공통점은 편의주의의 결과로 생긴 것이라는 점이다. 즉 농사를 편하게 짓기 위하여 농약을, 쓰레기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하여 소각을, 각종 비닐제품, 인스턴트 식품, 배 밑에 칠하는 페인트 등 모두가 인간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생활수준을 높이려고 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이렇게 사용된 물질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온 지구를 덮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편리함에 빠져서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상업주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호도하며 환경파괴와 죽임의 문명을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산업활동을 통해서 생성되는 환경호르몬은 아래와 같이 우리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물질에서 발생된다.
-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 전기선으로 사용되는 폴리염화페닐
- 과자봉지같은 합성수지 원료, 식품과 음료캔의 안쪽 코팅에 쓰이는 비스페놀
- 플라스틱 식기나 우유병에서 생성되는 폴리카보네이트
- 컵라면 그릇의 스티렌
- 농약, 살충제에 쓰이는 DDT와 기타물질
이 외에도 인간이 산업사회를 형성하고부터 쓰고 있는 많은 물건들,
벽지나 신문, 쇼파에도 환경호르몬이 있고 카페트에도, 심지어 몸을 씻는 욕조에도 있고, 사용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화장지에도 있다.
인류가 위험하다
환경호르몬이 인체 내에 들어오게 되면 우선, 내분비계에 영향을 주게된다. 즉, 정상적인 생체회로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되면 신경계에 이상이 오게되고, 병균과 싸우는 면역성도 떨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암세포도 발생하게되고, 성장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식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게되어 정자가 감소하거나 기형의 아기가 태어나게되고 심각하게는 임신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세계 각국에서도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1998년 일본 수산학회 세미나에서 요코하마 시립대학의 이구치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쿄 외곽의 후추시, 다마가와(다마천)에서 발견된 수컷 잉어의 30%가 정소에 이상이 있으며, 도쿄만의 수컷 가자미에서도 홋카이?가자미에 비해 성기 왜소화와 정자감소 등 암컷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생식기능 이상의 예로 스코틀랜드가 96년 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84-1995년 사이 정자수가 매년 2% 감소와, 영국 하천에서 세제성분이 원인이 된 암수동체의 잉어가 대량 발견된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합성호르몬의 발암피해의 대표적인 예로 66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의사가 50대 이후라야 나타나는 병인 질암을 10대 여자아이에게서 발견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비슷한 사례는 잇따라 발견되었고, 환자들의 어머니가 임신 중 유산방지제인 DES를 복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뒤 합성호르몬 제제인 DES로 인한 발암 피해자가 300명이 넘게 확인됐다. 주로 19세를 전후한 여성들이 암에 걸렸고, 남자들에게서는 소정자증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의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남해안의 굴 등 어패류 생산량이 80년대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원인은 선박 밑바닥에 칠하는 페인트에 섞는 TBT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한다.
또,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고엽제 피해자들 중 일부가 불임이나 성기능 장애를 겼고 있다.
1995년 8월, 경남 양산의 LG전자부품(주) 공장에서는 유기용제인 솔벤트-5200 취급근로자 들에게 집단적인 불임 발생했으며, 1998년 4월, 한국해양연구소 이수형 박사팀은 트리뷰틸주석(TBT)에 의해 암컷 고둥의 수컷화됨으로써 마산과 진해 앞바다 암컷 고둥비율 20-30%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환경호르몬의 피해, 어떻게 막을까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인류를 위협하기에 이르자, 세계 각국들은 이에 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창설이래 산아제한을 주창해왔던 유엔은 사상최초로 정자수 감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1997년 1월 미국에서 개최했다.
일본의 경우도 자민당 등 연립여당은 정부 부처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98년 추경예산에 1백 억엔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했으며, 도쿄는 환경호르몬 조사를 위한ꡐ환경회의기획조사부회ꡑ를 설치하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 통산성도 기업이 공장과 사업소에서 나오는 각종 화학물질의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의무화 하는 ꡐ화학물질배출․이동등록제도ꡑ를 2000년부터 도입했다.
미국은 1998년, 환경보호청이 독자적인 시험법을 개발하고1만5천여종의 화학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착수했으며, 세포를 이용하는 시험관내 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태아에 대한 영향 분석도 실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 각국에 비해 준비가 늦기는 했으나, 1998년부터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서 내분비 교란물질에 대한 기초자료를 준비했으며, 1999년부터는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외에도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생활에서의 개인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유기농산물을 먹는다.
일반 농산물 대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다.
환경부가 환경호르몬 우려물질로 지정한 67종류의 화학물질 중 약 40종류가 농약의 유효성분. 우리나라에서는 환경호르몬으로 지정된 농약 40여 종류 중 20여 종류가 현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수확 후 저장 및 수송과정에서 농작물만큼 수입농산물은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기농산물을 많이 이용하면 가족의 건강은 물론이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거양득이 될 것이며, 가정에서 직접 채소나 곡식을 길러 먹는 것은 더욱 권장할 만하다. 도시에서는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꾸도록 노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2. 인스턴트 음식을 삼간다.
일회용 용기에 들어있는 라면, 깡통에 들어있는 음료수나 통조림,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음료수나 음식에는 환경호르몬이 녹아있을 가능성이 있고, 특히 뜨겁게 가열되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의 경우에는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환경호르몬은 아동들의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한다.
3. 어린이 장난감 선택에 주의한다.
염화비닐제품(PVC)과 치아발육기나 아기용 장난감으로부터 환경호르몬 작용이나 발암성이 있는 프탈산에스테르가 용출되고 있다. 옛날에는 말린 오징어나 단무지 등 단단한 음식물을 사용했다.
4.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인다.
플라스틱 용기에 뜨겁고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담으면 환경호르몬 물질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컵라면을 비롯하여 찬 음식을 가급적 전자렌지에 데워 먹기보다는 그릇에 담아 가스 불로 직접 데워 먹는 것이 좋다(음료수캔의 내부코팅에서도 비스페놀A가 나온다. 음료수 캔을 뜨겁게 데워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례로 플라스틱 아이들 젖병은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넣으면 비스페놀A가 용출되어 나온다. 대신 유리제품을 사용하자. 오랫동안 사용한 용기일수록 용출량이 증가한다. 내열유리나 도자기류 등 안전한 식기로 대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5. 살충제 사용을 줄인다.
농촌에서 살충제나 제초제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에서도 모기나 벌레를 죽이기 위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살충제를 뿌리면 그 독성물질은 여러경로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인체에 들어오게 된다. 뿌려진 살충제는 지구 어딘가에 남아서 계속해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된다.
6.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분리배출한다.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우면 환경호르몬 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온다. 가능한 한 적게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나바다의 실천과 쓰레기 분리수거가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