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용 포천 대진대 ‘지렁이 박사’ 裵允煥 교수
▲ 대진대 배윤환 교수는 “지렁이를 이용한 폐기물 처리는 산업과 환경 모두에 이로운 ‘윈·윈 게임’”이라며 “잠재 시장 가치가 1조원대에 이를 정도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채성진기자
“찰스 다윈은 ‘지구상의 비옥한 흙 중에서 지렁이 뱃속을 통과하지 않은 흙은 단 한 톨도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지렁이의 가치를 예견한 것이죠.”
경기도 포천시 대진대 생명과학과 배윤환(裵允煥·43) 교수는 ‘지렁이 박사’로 불린다. 꿈틀대고 미끈거려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렁이를 그는 ‘황금알을 낳을 거위’에 비유한다. 지렁이를 이용해 축산 폐기물을 대량 처리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 에코테크’란 벤처기업을 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10일 오후 캠퍼스 한쪽에 마련된 ‘파일럿(pilot) 공장’.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중(二重)으로 만들어진 비닐 하우스 안은 섭씨 25도로 따뜻했다. 지독한 악취가 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실내에는 상큼한 흙 냄새가 가득했다. 가로 1m, 세로 50㎝, 높이 25㎝의 사육 상자 안에는 1만여 마리의 지렁이가 배설한 분변토(糞便土)가 쌓여 있었다. 1㎜ 안팎의 짙은 갈색 알갱이마다 윤기가 흘렀다. 배 교수는 “이곳이 바로 살아있는 유기질(有機質) 비료 공장”이라고 말했다.
“분변토는 보수성(保水性)과 통기성(通氣性)이 높아 식물이 쉽게 뿌리를 내리게 합니다. 식물 생장을 촉진하는 활성물질을 포함하고 유용한 미생물이 다량 서식해 최고의 유기질 비료로 꼽히죠.”
배 교수가 개발해 상용화(商用化) 준비를 마친 신기술은 ‘다층식(多層式) 자동 사육방식’. 사육 상자를 차곡차곡 쌓고 먹이 공급과 생산된 분변토 분리를 자동화시켜 재래식 방식에 비해 최대 15분의 1로 공간을 줄이고 운영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가축 분뇨가 매년 2000만t 정도입니다. 얼핏 골칫덩이로 보이지만 연간 전국 비료 소비량을 충당할 정도의 질소와 인산, 칼륨 성분을 포함한 천연 자원입니다.”
그는 이를 제대로 이용한다면 연간 5700억원 상당의 분변토와 7600억원 상당의 지렁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잠재 시장 규모가 1조원대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다. 화장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고 했다. 그는 “포천시에서 발생하는 가축 분뇨로 연간 120억원의 분변토와 160억원의 지렁이를 생산할 수 있다”며 “환경 오염원을 없애는 부수 효과는 제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과 환경 모두에 이로운 ‘윈·윈 게임’이라는 말이다.
배 교수는 서울대 농생대 80학번이다. 응용곤충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지난 97년 대진대에 자리를 잡으며 지렁이로 연구 주제를 바꿨다. 그는 경기북부 환경운동연합에서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초 농림부는 축산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지렁이를 ‘가축’에 포함시켰습니다.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로 판단했기 때문이죠. 현재 포천 지역의 대형 축산사육 업체와신기술을 이용한 처리시설 설치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