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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분쟁·다이옥신·천문학적 비용…소각장 문제 심각
  • Name : 이승호
  • Hits : 1233
  • 작성일 : 2004-11-15
지난 2월 환경부가 발표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관련 님비(민원)발생 및 해소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까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둘러싼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간의 분쟁은 총 1백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소각시설을 둘러싼 분쟁은 총 38건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해소되지 않은 주민분쟁 31건 가운데 소각시설과 관련된 분쟁은 16건으로 전체의 53%나 된다. 소각시설을 둘러싸고 발생한 주민 분쟁이 여타 분쟁보다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소각정책으로 인한 사회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각중심 폐기물처리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2차 국가폐기물종합계획"에 따라 오는 2011년까지의 소각율 목표를 30%로 설정했다. 또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8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폐기물 소각을 통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신도시 조성시 소각장 설치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환경비상시국회의 준비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 소각장 건설논리를 확대시킨 총리다운 발언"이라며 "이 총리는 자원 재활용 저감과 환경오염 확산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지난 9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오염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 주장한 "1구 1소각로" 정책은 현재의 소각로 중심 폐기물처리시설이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소각장 (건설예정)지역의 주민들과 환경·시민단체는 정부의 소각중심 폐기물 처리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좁은 국토현실과 여름철 집중호우 등의 기후적 특성을 고려할 때 매립위주의 폐기물 처리방식을 지양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각을 논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쓰시협)은 "소각장을 건설할 경우 입지 및 운영과정에서부터 격렬한 주민갈등이 발생할 뿐 아니라 환경 안전성, 건설 및 운영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등의 문제도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쓰시협이 지난해 7월 작성한 "지난 10년 동안의 환경부폐기물관련예산분석(1991-2001)"에 따르면 폐기물 관리예산 중 지자체 소각장 건설지원으로 책정된 예산은 총 3천8백26억원으로, 이중 3천7백75억원(전체 폐기물 관리예산의 16.4%)이 실제 지원됐다. 특히 97년 이후부터 꾸준히 20% 내외의 높은 예산 비율을 보이고 있다. 매립장 2천1백14억원(10%), 재활용시설 8백6억원(4%)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는 폐기물 발생 억제〉재사용〉재활용〉소각〉매립으로 이어지는 환경부의 폐기물정책 우선 순위를 간단하게 뒤집는 것으로, 자원재활용 및 오염저감 노력의 발목까지 붙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오성규 처장은 "전국 쓰레기 소각·매립시설 반입쓰레기 및 쓰레기 배출원별 종량제봉투 혼입쓰레기 조사결과 종량제봉투 속 60% 이상이 재활용 자원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00∼2003년 사이 전국생활폐기물소각시설운영협의회가 조사한 "생활폐기물소각시설 운영현황"에 따르면 비닐·플라스틱류, 섬유, 가죽류 등의 반입 비율이 해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비닐·플라스틱류 등의 소각장 반입률이 높아짐은 재활용 가능 자원의 낭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또 이들 물질이 소각할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은 환경과 건강 모두에 치명적이다. 지난 9월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소각장이 배출하는 다이옥신은 최고 30배까지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기계적·생물학적 중간처리 시설 요구


시민단체는 "매립의 대안으로 소각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쓰시협은 지난달 열린 17대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생활폐기물 소각정책 추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쓰시협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10년 동안 2조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이미 하루처리용량 1만t 이상의 소각시설 용량이 확보된 상황이고, 현재 공사중인 2천t 이상의 소각시설까지 더하면 제2차 국가폐기물관리종합계획 목표치에 근접하는 소각시설 용량도 이미 확보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바라는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한 소각시설 용량이 확보된 상황에서 소각에 대한 더 이상의 투자는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쓰시협은 "정부는 이제 소각장 확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 던지고 소각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쓰시협은 기계적·생물학적 중간처리 시설(MBP:Mechanical Biological Pretreatment)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기계적·생물학적 중간처리 시설은 이미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방안의 하나로 매립지에 들어온 쓰레기를 파봉·파쇄·분리·건조·발효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퇴비화·복토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친 폐기물은 최대 80% 정도 부피가 줄어드는데 국내의 경우 남해군이 지난 2002년부터 국내실정에 맞게 개량된 이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또 소각장 건설이 추진중인 경기도 안성, 화성, 이천 등의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에 기계적·생물학적 중간처리 시설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