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작업 헛일‥하루 10~20마리씩 폐사
환경단체 “물순환 막은 간척공사가 문제”
야생조류의 떼죽음을 일으킨 보툴리눔균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전남 해남군 마산면 당두리 영암호 인근 간척지에서 철새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해남군은 30일 “영암호 인근 간척지에서 야생조류의 떼죽음 원인이 보툴리눔균 중독 때문으로 드러난 뒤에도 매일 왜가리·백로·오리 등 10~20 마리가 떼죽음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연구원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14일 이달초부터 야생조류 600여마리가 떼죽음한 것은 간척지의 흙속에 있던 보툴리눔균이 뿜는 독소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판명했다. 보툴리누스 중독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이 곳에는 최근 겨울철새인 가창오리 1000여마리가 찾아와 집단 서식하기 시작했다.
사고가 나자 해남군과 농업기반공사는 논 조성공사를 중단한 뒤 날마다 떼죽음한 야생조류를 수거하고 수거한 자리를 소독해왔다. 군은 지난 24일께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으로부터 영암호 간척지 보툴리눔균 중독증 대응 지침을 받고 소독 면적을 확대해 2일까지 230㏊(전체 간척지의 8분의 1 정도의 면적)를 소독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간척지 논 조성공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물이 고이는 곳이 없이 계속 흐르도록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사랑 메아리’ 변남주(해남원호분교 교사) 회장은 “해마다 간척지의 물 수온이 올라가면 보툴리늄균 중독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논 조성 공사가 잘못돼 간척지의 작은 웅덩이가 호수와 단절돼 물이 순환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권영국 박사는 “당두리 간척지는 앞으로도 보툴리눔균이 해마다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세계적으로 뚜렷한 대처 방안이 없어, 떼죽음한 야생조류를 신속하게 수거하고 소독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