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2단계 총량제 연기·한계농지 골프장등
경기부양 명분 줄줄이 규제완화 법안 변질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한 참여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앞에 환경보전을 위한 장치로 운영되거나 준비돼 온 주요 제도들이 잇따라 깨어져 나가고 있다.
피해자가 특정되는 노동과 농업 분야처럼 사활을 걸고 반발하는 집단이 없는 환경 분야가 정부의 규제완화 성과쌓기의 손쉬운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들은 지금까지의 대응방식으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온 환경적 가치의 위축을 막아낼 수 없다고 보고 좀더 강경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최근 참여정부 환경정책의 후퇴로 꼽는 대표적 사례는 경유 승용차 시판의 전제로 준비해 온 수도권 대기질 개선 정책의 후퇴, 골프장 규제 완화, 주요 개발계획에 대한 사전환경성 검토 완화,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역)의 소규모 공장 설치 허용 등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는 환경부가 애초 입법한 내용과 달리,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2단계 총량제 적용 시기를 1년 늦추고, 총량제 위반 사업장에 물리는 부과금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내용으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하위법령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2일 문화관광부는 지금까지 골프장 건설이 불허됐던 한계농지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게 하고, 면적 규정까지 폐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골프장 건설 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경제 부처에서 한편에서 거론되던 이른바 ‘골프장 경기부양론’이 구체화된 것으로,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공공재인 산림과 농지의 훼손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8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추진회의에서는 개발사업의 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환경성을 따지는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 처리 시한을 현행 30~40일에서 20일로 단축시키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17일 열린 규제개혁관계장관회의는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역)에 1만㎡ 미만의 소규모 공장의 신축을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공장설립 완화방안’을 확정했다. 막개발 방지를 위한 제도의 기틀이 흔들리게 되며, 오염물질 배출 관리를 어렵게 해 환경오염이 가중된다며 반대한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경제활성화 논리에 파묻혔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환경과 관련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조차 없는 참여정부가 규제완화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 문제”라며 “환경단체들이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을 포괄적으로 진단해 선언,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거리시위 등의 방법으로 직접 부딪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