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다생물이 던진 메시지
개체군, 유전적 다양성 의미 커
인류생존위해 생태계 이해필수
<데이비드 스즈끼(David Suzuki) 박사/The David Suzuki Foundation>
최근 북대서양에서 진행된 심해탐사 결과 수백 종의 해양생명체들이 발견됐고 이 가운데는 해양과학사상 새로운 종류의 것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대서특필’된 탐사결과에 대해 몇몇 독자들은 의아해하고 있는 것 같다.
(독자 왈) “그래서 뭐가 어찌됐단 것인가?”
2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이번 탐사는 수 킬로미터 깊이의 바다에서 약 8만여종의 생명체를 건져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암초, 냉해산호초, 10km가 넘는 플랑크톤 띠 등 낯선 현상들과 함께 몇몇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해 있다.
이는 지난 10년동안 진행된 해양생명체 조사의 쾌거지만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 이 활동을 두고 몇몇 사람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신종물고기를 찾는 데 이 많은 돈을 투입해야 했는가?” 그리고 “이런 종류의 활동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며 되묻는다.
글쎄, 지구상의 생물다양성과 이들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획득차원을 넘어 서 인류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은 다양성이 지배한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생명체의 생존과 진화에 중요한 요소였음이 입증돼 왔다. 우리가 자연의 다양성과 보호방법을 잘 알면 알수록 인류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지구상의 인구는 이미 65억명에 육박했고 이에 따른 에너지와 자연자원의 수요도 가히 폭발적이다. 문제는 종의 수, 개체군의 다양성, 유전적 다양성 등 자연의 모든 영역에서 생물다양성이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는 종의 다양성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체군과 유전적 다양성 또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토론토 대학의 한 연구결과,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력문제에 있어서 유전적 다양성은 종의 다양성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원들은 일단의 ‘달맞이 꽃’을 식재한 후 관찰한 결과 몇몇 꽃들은 하나의 유전적 변이속성을 지녔던 반면, 그 밖의 다른 꽃들은 다수의 유전적 변이현상을 보였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가장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보였던 군락이 보통보다 약 17%정도 많은 종류의 곤충, 거미 등 절지동물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두고 회의적인 사람들은 재차 반문할 수 있다. “유전적 다양성이 클수록 많은 벌레를 끌어들이다니 훌륭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은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생태계를 떠받치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흙의 미생물들은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고 바다의 미생물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상당부분의 산소를 공급해 준다.
이들은 우리 인간에게 필수적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돼야한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생태 서비스를 눈에 띄게 훼손하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단계적으로 황폐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초기단계에서 이들의 상호관계와 작동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생태계의 부정적 변화와 같은 여파를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운이 좋으면, 생태계가 주는 혜택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결과, 커피재배지 주변에 산림이 있으면 커피생산량이 늘어나 수입이 증대된다고 한다. 인근의 숲이 커피나무를 수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들의 서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산림주변의 커피재배지는 벌들로부터 보다 많은 꽃가루를 받을 수 있어 약 20%가량 더 많은 양의 원두를 생산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다 한 복판에서 물고기를 발견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 발견은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을 수도 있지만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열쇠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이기웅 기자>
* 이 칼럼은 데이비드 스즈끼 재단의 허가 하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