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나친 간섭으로 생태기능을 상실했던 하천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천은 그동안 홍수로 인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막고 풍부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이수와 치수의 대상이었다.
이수와 치수위주의 관리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난무하는 인공하천을 낳았고 하천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했다.
서식지를 빼앗긴 각종 어류와 조류 등 생물들은 자연스레 하천을 떠나갔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하천을 중심으로 자연형 하천가꾸기가 진행되면서 하천을 떠났던 생물들이 돌아오고 있다.
내년 자연친화적 하천정비사업이 마무리되는 오산천에 각종 동ㆍ식물이 되돌아오고 있다
되돌아오는 동ㆍ식물
상류의 수질오염과 유역의 급속한 도시팽창 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몸살을 앓던 경기도 오산천에 각종 동ㆍ식물이 되돌아오고 있다.
2일 건설교통부와 하천협회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오산천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영향으로 사업시행 전인 지난 97년 18종이던 어류가 1차 사업이 진행된 2001년에는 27종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물고기는 각시붕어, 동사리, 갈문망둑, 누치, 돌고기, 동자개, 떡붕어, 메기, 모래무지 등 9종으로 이중 각시붕어와 동사리는 한국특산종이다.
각시붕어는 물 흐름이 느린 하천 가장자리의 수초가 무성한 진흙 바닥과 연못 등에 주로 서식하며, 몸길이 약 30cm의 동사리 역시 저수지나 연못의 물 흐름이 없는 뻘이나 모래, 자갈바닥 등에 주로 발견된다.
조류는 13종에서 58종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개뽕지빠귀, 검은딱새, 검은머리쑥새, 고방오리, 귀제비, 깝작도요, 꾀꼬리, 꿩 등의 출현이 잦아진 것.
수질도 좋아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질소(TN), 총인(TP) 등의 수치가 향상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하천협회 관계자는 “오산천 하천환경정비사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각종 어류와 조류, 식물이 증가한 것은 물론, 수질개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각시붕어(좌)와 동사리(우)>
오산천 하천환경정비사업은 지난 97년 3.20km를 대상으로 1단계 공사가 시작됐으며, 내년까지 13.26km의 2단계 공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인공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낸 자리를 자연형 고수 및 14종의 저수호안이 대신하고 있으며, 여울, 어도, 수제, 운도, 등이 설치됐다.
비점오염원인 자동차가 차지하던 고수부지 주차장은 철거 후 초지로 바뀌었다.
자연형 하천정비 본격화
건교부가 지난 9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연친화적 하천정비 시범사업은 경기도 오산천을 비롯해 경안천, 황구지천, 한강난지지구, 충남 성환천, 전북 경천, 동복천 등 7개 하천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는 치수 및 이수 측면을 고려함과 동시에 풍요로운 하천환경의 보전, 재생 및 복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행된다.
여기에는 기존 콘크리트 호안 대신 나무와 돌 등의 자연재료를 사용하고 샛강이나 여울, 소 등을 조성해 어류나 곤충의 서식처를 제공게 된다.
또 버드나무와 갯버들 등을 심어 수질을 개선하고, 어도를 설치해 물고기의 이동통로를 만들어 주며, 사행 및 습지 조성을 통한 하천지형 복원 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아울러 물놀이, 낚시, 산책, 여가활동, 생태학습 등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여 모든 국민이 하천과 친숙해 질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시범사업에 머물렀던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이 내년부터는 대폭 확대된다.
건교부는 도심를 관통하는 33개 지구, 166km를 하천환경정비 우선사업지구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하천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수립중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33개 지구에 대한 하천환경정비 기본계획이 수립이 완료되면 사업비 확보 등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자연친화적 하천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 추진되게 된다”고 말했다.
<김홍군 기자 kiluk@hkilbo.com>
환경보전ㆍ홍수방지 만족
신개념 하천관리방안 도입
사라진 하천변 습지를 생태습지로 복원해 환경보전과 홍수방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등 신개념 하천관리방안이 도입된다.
건교부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기상이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태습지 등 친환경시설을 최대한 많이 설치하고 홍수량할당제와 고규격제방 등 새로운 개념을 대거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국 13개 유역에 대한 ‘종합치수계획’을 2006년까지 수립키로 했다.
올해는 낙동강과 영산강, 안성천, 삽교천 등 4개 유역에 대한 종합치수계획이 먼저 수립된다.
건교부는 과거 홍수터나 습지였던 둑 주변의 저지대 농경지를 습지형저류지로 복원해 홍수발생시에는 홍수조절 역할을 하고 평상시에는 습지나 생태공원, 경기장 등 친환경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또 하천내 콘크리트 주차장을 가급적 철거해 자연형 산책로를 설치하고 하천 주변에 나비생태공원이나 생태탐방로, 자전거도로망 등을 조성키로 했다.
건교부는 치수개념을 기존의 둑 위주 방어에서 유역분산 위주 방어로 전환, 우선 소규모 상습침수지역 주민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을 지어 안전지역으로 이주시킨 뒤 해당 토지는 국가가 매입해 홍수방지용 침수저류지로 활용키로 했다.
또 지역별ㆍ하천별로 홍수량을 미리 할당해 할당량 이상을 하류로 흘려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상류에 저류지나 습지를 조성하거나 빗물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방재형 도시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특히 댐 등 관련 시설을 최대한 안전하게 설계토록 하고 상습침수구역이나 일부 도시하천에는 아예 고규격제방을 쌓아 수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고규격제방은 둑의 높이만큼 땅을 메우고 그 위에 주거단지를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방재형 도시계획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