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서울시… 수목원부지 일부 개발
재검토 호소하고 대안용지 제시해도 강행
구로구가 서울시 등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민들을 위한 생태공원으로 추진중인 '서울수목원'이 첫 삽도 뜨기 전에 서울시로부터 발목을 잡혀 생태축이 끊긴 반쪽 짜리 수목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서울시, 구로구 및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구로구는 항동·천왕동 일대 총 44만평에 '서울수목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내년에 시비 300억원을 우선 지원 받아 토지보상 및 1차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수목원'은 기존 항동근린공원(면적 2만평)과 천왕산도시자연공원(18만평)을 포함, 양쪽 공원 사이에 위치한 1차 사업부지(1·2단계) 12만7천평과 2차 사업부지(3단계, 구로구 추진계획) 11만7천평을 함께 수용하는 대규모 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건교부와 서울시가 수목원 3단계 사업부지내인 구로구 항동 197번지 일대 7만4천여평에 약3천호 규모(전용면적 12평∼25.7평)의 국민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목원 조성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건교부는 올해초 구로구에 항동지구에 대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을 요청했다.
이에 구로구는 곧바로 건교부와 서울시에 "항동지역의 '서울수목원' 조성부지는 하나의 대규모 녹지축으로 형성된 자연생태지역으로 택지개발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택지개발예정지구 대상지 조정요청을 통해 슬럼화된 지역인 천왕동 7·12번지 일대 5만 1천평을 대안용지로 제시했다.
건교부는 구로구의 의견은 무시한 채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주민공람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구의회 의견을 청취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24일 열린 구로구의회 본회의에 상정된 '항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안건에 대한 심의는 전체 구의원 19명 모두의 강력한 개발 반대입장으로 나타났다.
구로구가 서울시 등의 예산지원으로 항동·천왕동 일대 44만평에 조성을 추진중인 서울수목원 위치도.
지역주민 A씨는 "건교부와 서울시가 택지개발 추진 초기에 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일체 묻지 않았다"고 밝히고 "도심 환경정비를 위해 우선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놔둔 채 사업성 위주로 개발을 추진,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생태 수목원 조성계획까지 엉망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주민들과 기초자치단체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정책 추진이 무슨 지방자치냐"라면서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나 서울시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 건교부와 서울시가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일방적인 택지개발 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서울수목원' 조성에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9월중으로 아파트 건립을 위한 구체적 개발계획을 수립해 건교부에 제안한 뒤 각종 영향평가, 협의 등 절차를 마무리하면 주택건설사업승인을 받아 공사에 착수, 오는 200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성 기자 jslee@hkilbo.com>
<구로 항동지구 택지개발 향후 전망 및 각 기관별 입장>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지난 8월 6일 이명박 서울시장을 방문, 담당과장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을 갖고 항동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이 시장은 그 자리에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26일 현재까지 건교부나 서울시의 항동지역 택지개발 방침은 변함이 없다.
건교부와 서울시는 구로구에서 주민공람을 계속 거부할 경우, 지난해 12월 새로 제정돼 올해 7월1일부터 시행중인 '국민임대주택건설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따라 직접 공람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개발 강행 방침은 건교부가 오는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건설 1백만호 건설'을 추진중인 가운데 서울시도 '국민임대주택건설 10만호' 달성 목표 년도를 당초 2008년에서 이명박 시장 임기내인 2006년으로 앞당겨 잡은 것도 일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항동지구 택지개발사업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의 심의과정에서 이를 국책사업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사업 시행여부를 결정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민간위원들이 다수 포함된 위원회는 꼼꼼한 심의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도권의 대규모 자연생태 수목원에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택지개발과 김명준 사무관
"택지개발을 추진주인 항동지역은 환경평가등급이 떨어지고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는 등 GB(그린벨트) 해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역으로 임대아파트 건립 부지로 적합하다"
"구로구가 제시한 천왕동 대안용지 개발은 도시 환경정비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으나 항동지구 개발 포기를 전제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서울시 권혁소 주택기획과장
"구로구로부터 택지개발예정지구 대상지 조정요청을 접수받은 사실은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항동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을 변함 없이 추진중이다"
▲양대웅 구로구청장
"항동지구 택지개발사업 강행은 대규모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자치구의 노력에 '찬물을 쏟아 붇는 격'" "건교부와 서울시에 수목원 예정지내 아파트 건립을 저지하기 위한 대안용지를 제시했으나 양측은 오히려 두 지역 모두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도심 속 허파'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서울수목원 예정부지내 아파트 건립을 강행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
▲환경부 국토환경보전과 관계자
"올 3월경 건교부에서 협의를 요청한 강일·도봉·상암지구 개발사업의 경우, 제반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반려한 바 있다"
"구로 항동지구 개발사업은 지역주민을 비롯해 지역의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중앙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국책사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협의에 응할 방침"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개발사업은 나중에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지역갈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선계획 후개발' 원칙에 따라 지역주민들을 비롯 관련기관간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